박상병 정치평론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인사청문회가 일단락 됐다. 인사청문회라는 것이 의혹과 궁금증을 해소하려고 만든 절차임에도 그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오히려 의혹과 궁금증이 더 커져버렸다. 그러나 이젠 어쩔 수 없다. 거기까지가 우리 정치의 수준이요, 더 나아갈 수 없는 현실의 벽이기 때문이다.

검증이 아니라 아부하는 위원들

국회인사청문위 위원들은 국민을 대표해서 후보자에 대한 자질과 도덕성을 따지고 꼼꼼하게 검증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다수의 여야 위원들이 치열하게 묻고 따지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일부 위원들의 행태는 현장을 지켜보는 사람들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아주 노골적인 감싸기를 했다. 몇몇 위원들은 인사청문회 위원 자격은커녕 국회의원 신분이라는 것조차 부끄러울 정도였다.

‘언론외압’으로 난타를 당하고 있던 이완구 후보자에게 던지는 질의 내용은 정말 귀를 의심케 했다. 새누리당 모 의원은 “보기 드물게 대한민국 정치인으로서 언론의 기능을 중시하고 언론의 자유를 아주 중요시하는 그런 정치인이다” 라고 평가를 했다. 게다가 다른 위원은 “저는 충청도 출신입니다만 정말 제가 평소 정치하면서 닮고 싶은 정치지도자 하면 이완구 우리 후보자였습니다”고 했다. 여당 위원이지만 어찌 이럴 수가 있다는 말인가. 이쯤 되면 검증이 아니라 ‘아부’에 다름 아니다. 정말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다.

향우회 명예회장님의 수준

이완구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증인으로 나온 충청향우회 강모 명예회장의 태도는 실망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핵심 쟁점은 오래돼 기억이 안 난다며 인사청문회 위원에게 “여보세요”라는 막말을 해댔다. 심지어 혀를 차며 목소리까지 높였다. 동네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 다퉈도 이런 말을 쉽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물며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그것도 국민을 대표하는 인사청문회 위원 앞에서 증인으로 나온 사람이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이게 끝이 아니다. 새정치연합 유성엽 의원이 발언의 태도를 문제 삼자 “충청도에서 총리 후보가 나왔는데 계속 호남분들이 그렇게 하잖아요”라는 발언까지 했다. 국회에서 지역주의 발언까지 거침없이 해댔다. 이에 “호남분 누가 그랬나”라고 추궁하자, 강 회장은 “아까 보니 다 호남분들 같던데요”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논란 끝에 강 회장이 사과는 했지만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그저 참담할 따름이다. 다시 그 말이 생각난다. 정치는 그 나라 국민의 수준과 같이 간다고 했다. 참으로 꼴불견의 두 장면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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