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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병 환자 ‘소금물 관장’으로 등쳐먹고 백화점에선 ‘갑질’
국민 10명 중 9명 “주변에 품위·자격 없는 성직자 있다”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청양의 해’ 양 같은 신앙인이 되고자 다짐했던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설을 앞두고 목회자들의 일탈 행위가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목회자 부부가 불치병에 걸린 환자들의 절박한 심리를 이용해 ‘소금물 관장’으로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채우는가하면, 한 백화점에서는 소위 ‘갑질’도 서슴지 않은 목회자가 등장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까지 지낸 목회자도 배임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밥퍼’로 유명세를 탄 한 복지재단 소속 목회자는 연초부터 음주운전 사고와 함께 폭행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해부터 ‘12월 한국전쟁설’로 신앙인들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있는 홍혜선 전도사에 대한 논란도 식을 줄 모른다.

지난 5일 서울 강동경찰서는 말기 암 혹은 불치병 환자들의 절박한 심리를 이용해 수십억원의 수익을 올려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 위반과 의료법위반, 사기 등의 혐의로 강동구 명일동 A교회 조모 목사 부부와 교회 관계자 등 4명을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6년 동안 9박 10일 치유캠프를 운영하고 소금물만 먹게 해 관장시키는 이른바 ‘소금물 관장’ 등 불법 의료행위로 수십억원을 받아 챙겼다.

경찰은 조모 목사 부부가 불치병 환자들을 상대로 ‘소금물 관장’을 해왔던 A교회에서 시술에 사용했던 도구들과 불치병 치료에 효능이 있다고 속여 판매한 소금, 간장 등 제품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아울러 피해자들의 명단이 담긴 컴퓨터와 장부도 확보했다. 또 경기도 부천의 B한의원 등도 동시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 한의원 한의사 강씨 등은 치유캠프에서 ‘소금물 관장’을 받은 환자들을 진료하고 관장이 효험이 있다고 속인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조 목사 부부는 환자들에게 소금물로 매일 관장하면 병이 낫는다고 속이고, 소금물과 간장 외 다른 약은 입에도 못 대게 했다. 또 퇴소할 때쯤에는 자신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된장과 콩가루, 미숫가루 등을 팔았다. 이 치유캠프에 참여한 중증 환자들이 퇴소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사망해 경찰은 이 외에도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 앞서 지난 3일에는 백화점에서 소위 ‘갑질’ 행태를 보인 C목사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목사는 1년에 수천만원어치 옷을 구매하는 백화점 VIP고객이었다. 그는 사건 당일에도 여성복을 4상자 분량 구매했다. 그러나 옷을 가져오는 과정에서 교회 직원의 실수로 다른 매장의 옷까지 잘못 가져오게 됐다. 백화점 측에서는 도난신고를 했고, 이 목회자는 옷을 뒤늦게 반납하는 바람에 경찰조사를 받게 됐다. 이후 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매장에 찾아가 VIP인 자신을 망신시켰다며 거세게 항의했고, 옷을 판매한 매장 직원을 1시간가량 무릎 꿇게 했다. 이에 ‘갑질’ 논란이 일었다.

내로라하는 유명 목회자가 배임 혐의로 고소된 사건도 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윤리위원장까지 지낸 바 있는 인명진 목사는 배임 혐의로 현재 경찰 조사 중인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그는 자신이 대표로 있었던 기독교위성방송(현 GOOD TV) 측에 고소를 당했다. 방송 측은 지난 2008년 위성 DMB 방송을 인수할 당시 주가를 높게 매겨 회사에 수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 목사는 자신은 그동안 주식 매각 대금에 대한 이자만 받았을 뿐 원금을 받지 못해 최근 원금 지급 소송을 제기하자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방송 측이 자신을 고소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에 법적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에는 봉사재단 소속 목회자가 음주 후 폭언·폭행 논란으로 여론에 오르내렸다. ‘밥퍼’ 다일공동체 소속 방모 목사가 음주 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식당 주차장에서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그는 음주 측정을 하려는 경찰관에게 욕설을 내뱉어 물의를 일으켰다. 방 목사는 이 일로 도덕성에 타격을 입고 다일공동체를 떠났다. 다일공동체 이사장 최일도 목사는 즉각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하고, 방 목사에 대해 즉각 보임해제하고 정식 해고 절차를 밟았다.

지난해 ‘12월 한국전쟁설’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홍혜선 전도사에 대한 논란도 다시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홍 전도사의 말을 믿고 해외로 피난을 간 신도들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방송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쟁을 피해 미국 태국 캄보디아 필리핀 피지 등으로 떠난 사람들은 A교회 목사와 신도 약 30명(캄보디아), B교회 목사와 신도 약 50명(미국)과 태국으로 간 40여명 등이다. 홍 전도사는 한국전쟁설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 보고 전쟁 나지 않게 주님께 기도해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지금 몇 시간, 아니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자기들이 기대했던 전쟁의 모습이 표면에 안 나타난다고 발광을 한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이어 “전쟁 취소는 없다”며 자신이 예언한 정확한 시간에 전쟁이 이미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홍혜선 전도사에 대한 학력 논란도 일고 있다. 홍 전도사가 졸업한 것으로 소개하는 해당 신학교는 “홍혜선 전도사가 신학교에서 공부한 것은 사실이지만 학위 과정을 마치지는 못했다. 따라서 신학교 졸업생은 아니다”는 내용을 서면으로 밝혔다.

성직자들이 이처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데 대해 국민들은 곱지 못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발표한 ‘2015 한국인의 종교’ 보고서에 따르면 비종교인들이 종교를 믿지 않는 이유 중 관심이 없다고 표현한 답변을 제외하면 ‘종교에 대한 불신과 실망(19%)’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설문조사 응답자 중 개신교에 대해 호감을 갖는다고 답변한 사람은 10%에 그쳤다.

또 종교를 막론하고 요즘 우리 주변에 품위가 없거나 자격이 없는 성직자가 얼마나 많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매우 많다’가 22%, ‘어느 정도 있다’는 65%로 전체 응답자의 87%가 ‘(매우+어느 정도) 있다’고 답했다. ‘(별로+전혀) 없다’는 답변은 13%에 불과했다.

품위나 자격이 없는 성직자가 많다는 의견은 불교인(88%), 개신교인(85%), 천주교인(89%), 비종교인(87%) 등 종교를 불문하고 90%에 육박했다. 자격 미달 성직자가 흔하다는 의견은 1984년 65%, 1989년 71%, 1997년 79%, 2004년 87%까지 꾸준히 늘었지만 2014년 이번 조사에서는 더 이상 변화가 없었다.

한국갤럽은 이에 대해 “이러한 결과는 자격 미달 성직자가 더 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미 10년 전부터 우리 국민 열 명 중 아홉 명이 자격 미달 성직자가 많다고 느끼고 있어 더 이상 악화될 여지가 없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종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줄이기 위한 성직자들의 각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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