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 서봉총Ⅰ(유물편, 국배판, 331면)’ 보고서 표지 (사진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세 마리 봉황 장식 붙은 금관 출토
일제강점기 조사 이후 보고서 없어

금관 포함 573건 도면·사진 수록
순도 분석 결과 담은 부록도 삽입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최근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박물관 조사 이후 88년 만에 작성된 ‘경주 서봉총’에 대한 보고서가 국립중앙박물관을 통해 발간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13년부터 추진 중인 일제강점기자료 조사보고 사업의 열세 번째 성과물로 ‘경주 서봉총Ⅰ(유물편, 국배판, 331면)’을 발간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노서리 129호분’이라고도 불리는 경주 서봉총은 경주 대릉원 옆 노서동 고분군에 있으며 봉황 장식이 붙은 금관이 출토된 곳으로 유명하다.

서봉총은 1926년도에 조선총독부박물관의 고이즈미 아키오에 의해 조사가 이뤄졌다. 당시 조사는 순수한 학술적 성격이 아니라 경동철도(慶東鐵道)의 경주 정차장 개축에 필요한 토사를 채취할 목적이었다.

발굴조사자인 고이즈미 아키오는 일본으로 돌아가는 1946년까지도 발굴 이후 서봉총의 유구와 유물에 대한 보고서 간행을 하지 못했다. 이후 서봉총 유물들은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서 보관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발굴 88년 만인 2014년도에 출토 유물과 유리 건판 사진 등을 중심으로 유물편 보고서를 간행하게 됐다. 박물관은 준비 중인 재발굴조사 이후 유구편 보고서를 후속 간행할 예정이다.

경주 서봉총에서 출토된 유물 중 가장 잘 알려진 금관은 가운데에 세 마리로 이뤄진 봉황 장식이 붙어 있어 다른 신라 금관과 명확하게 구별된다.

1936년도에는 신문 보도를 통해 1935년(고이즈미 아키오가 평양부립박물관장으로 부임한 이듬해) 당시 평양 기생의 머리에 이 금관을 씌워 사진을 찍은 사실이 드러나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 1934년도에 촬영한 서봉총 금관 모습(왼쪽), 1926년도 서봉총에서 출토될 당시 금관 모습 (사진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이번 보고서에는 금관을 비롯한 573건 유물의 도면과 사진이 수록됐다. 모든 금제품에 대한 순도 분석을 실시한 결과가 부록으로 담겼다.

특히 금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금관 모습이 1926년 출토 당시의 모습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를 근거로 금관의 교정(矯正) 필요성을 제기한 것도 중요한 성과”라며 “조사 이후 88년 만에 발간하는 보고서가 신라 마립간 사회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경주 서봉총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테마 전시 ‘다시 보는 신라 고분, 서봉총(가제)’이 오는 4월 21일부터 6월 2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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