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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에 신조어·줄임말 남발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전문가 “우리말 가치↓… 온 국민, 심각하게 생각해야”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수빈어뭉. 빈이 얼집 보냄?’ ‘아닝. 오눌 오후에 셤니랑 #G 오셔서 오전엔 윰차 태우고 문센 가려고’ ‘헐. 안습이당. 문센 어디로 감? 요즘 물이 흐려’ ‘울 동네 오감 문센. 안 가면 죙일 나랑 싸움’ ‘ㅋㅋㅋ. 그건 그렇고 우리 담주에 키카 어디로 갈까?’ ‘글쎄 19갤 빈이 완모라 편한 곳이 좋음’

이는 각각 19개월, 23개월짜리 자녀를 둔 30대 초반 엄마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s/sites, SNS) 대화다. 이를 풀어쓰면 이렇다.

‘수빈엄마. 수빈이 어린이집 보냈어?’ ‘아니. 오늘 오후에 시어머니랑 시아버지 오셔서 오전엔 유모차 태우고 문화센터 가려고 해’ ‘안타깝다. 문화센터는 어디로 가려고?’ ‘우리 동네 오감발달 문화센터 가려고 해. 안 가면 종일 나랑 싸워.’ ‘그건 그렇고 우리 다음 주에 키즈카페 어디로 갈까?’ ‘글쎄 19개월 빈이 완전모유수유라서 수유하기 편한 곳이 좋아.’

인터넷과 SNS 사용률이 급증하면서 새로운 신조어와 줄임말이 속속히 등장하고 있다. 한글 파괴 현상은 오늘 문제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신조어와 줄임말의 수준이 의사소통할 수 없어질 정도여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젊은 엄마들 층에서 급격하게 많이 사용되면서 이를 여과 없이 듣고 배우는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이 미치기 때문에 비판이 일고 있다.

임신 5주째인 김현지(28, 여)씨는 “태교․출산․육아 등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했는데, 한동안 혼란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며 “정보를 공유하는 게시판에 올라온 ‘갤(개월)’ ‘유쳔(유치원)’ ‘애영유엄브(애기 영어유치원 보내고 엄마들 브런치)’ 등 엄마들의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나라에 와 있는 것 같았다”고 한탄했다.

37개월짜리 딸을 둔 김영희(34, 여)씨는 “쓰는 단어가 아이들에게 영향이 가기 때문에 되도록 올바른 한글을 사용하려고 노력한다”며 “이렇게 조심하게 키워놔도 욕을 부모로부터 배운다고 한다. 벌써 저런 말을 쓰면 안 될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13개월 된 아들이 있는 이혜련(37,여)씨는 “글은 안 올리지만 그런 커뮤니티 자주 보는데 줄임말은 그렇다 해도 맞춤법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며 “너무 심하니 누군가가 맞춤법 잘 쓰자고 글 올렸는데 댓글의 99%가 ‘바빠 죽겠는데 그딴 거 신경 쓰고 사느냐’ ‘뜻만 알아들으면 된 것이지 맞춤법이 뭐가 중요하느냐’고 답했다. 정말 다음 세대가 걱정될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신조어와 줄임말의 사용은 하나의 유행으로, 단순히 또래 문화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엄마들의 신조어 사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업주부인 김한나(가명, 30, 여)씨는 “19개월 아들과 문화센터 등을 다니면서 다른 엄마들과 어울리려면 그 정도는 알아야 한다”며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등을 할 때 귀찮아서 쓰는 것이다. 별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한글파괴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려야 한다고 했다. 이대로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회장은 “말은 상대방이 알아듣고 통해야 된다. 저마다 다르게 쓰다 보면 우리말에 혼란이 올 수 있다”며 “상대가 못 알아듣는 것은 말이 아니다. 짐승의 우는 소리를 못 알아듣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또 이 회장은 “통신이 발달하면서 젊은 학생들이 사이에서만 사용되던 유행어, 줄임말이 더 활발하게 사회에서 사용되고 있다”며 “이는 우리말의 가치가 떨어가는 것이다. 아이를 가르치는 엄마들일수록 더욱 자제해야 한다. 버려야 할 나쁜 습관인 만큼 온 국민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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