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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 1984년 이후 30년간 종교 인식 통계 발표
“자신의 종교만 절대 진리로 보는 사람도 점차 증가”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우리 국민의 종교적 성향을 분석한 조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주 ‘한국 종교 실태’에 이어 이번 주에는 ‘종교 의식’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4일 한국갤럽조사연구소는 1984년 시작해 지난해까지 30년 동안의 우리 국민의 종교 의식 추이를 읽을 수 있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우리 국민 2명 중 1명은 신앙생활의 핵심인 초월적 존재 즉 ‘신’을 믿지 않고 있었다. 지난 30년 동안 종교인들의 초자연적 개념에 대한 긍정률은 높아졌지만, 비종교인은 더 낮아졌다.

국민 70%는 어떤 종교든 결국 비슷한 진리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이 믿는 종교만을 절대 진리로 보는 배타적인 종교인들도 증가하고 있었다. 반면 비종교인이라 할지라도 선하면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과반수를 넘었다.
한국갤럽은 이번 조사와 관련해 종교인과 비종교인 간 경계보다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간 경계가 더 명확하다고 분석했다.

◆국민 2명 중 1명 ‘신’ 믿지 않는다

우리 국민의 종교성은 점점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적 교리의 중심을 이루는 초월적 존재에 대한 긍정은 30년 전 51%에서 2014년 39%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극락·천국(40%)’ ‘죽은 다음의 영혼(50%)’ ‘기적(60%)’ 등에 대한 인식은 큰 변화가 없었다.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해 ‘기적’이라는 답변이 56%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죽은 다음의 영혼이 47%, 극락·천국 42%, 귀신·악마 41%, 절대자·신 39%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 동안 추이를 보면 불교인의 경우 ‘극락·천국’의 존재를 믿는 사람이 36%에서 51%로 증가하는 등 초자연적 개념 긍정률이 대체로 늘었고 개신교인과 천주교인은 비슷하거나 상대적으로 변화가 적었다. 비종교인은 10년 전에 비해 각 개념별 긍정률이 감소했다.

종교 교리 차이에 대한 관용성을 측정하는 항목인 ‘여러 종교의 교리는 결국 비슷한 교리를 담고 있다’는 항목에 대해서는 70%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아니다’는 답변은 24%였으며, 6%는 유보했다. 역대 조사에서 ‘그렇다’는 응답은 항상 70%를 상회해 우리 국민은 대체로 서로 다른 종교 교리도 결국은 통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긍정률은 소폭 감소(1984년 78%, 2014년 70%)한 반면 부정률은 배로 늘어(1984년 12%, 2014년 24%) 종교 간 차별성이 강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종교별로 보면 불교인과 천주교인 79%가 ‘그렇다’고 답변한 반면 개신교인은 49%에 그쳤다.

한국갤럽은 “개신교인은 1984년 첫 종교 조사 때부터 타 종교인이나 비종교인에 비해 종교적 관용성을 인정하는 비율이 낮은 편이었고 그러한 경향은 5차 조사까지 이어졌다”며 “자신이 믿는 종교만을 절대 진리로 보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으며 특히 개신교인에서 가장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창조설·심판설 부정하는 국민 늘어

우리 국민의 기독교적 성향은 약화되고 있었다. ‘세상은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누가 만들었다(창조설)’는 항목에 긍정한 응답자는 30년 전 46%에서 지난해 34%로 줄었다. ‘종말이 오면 모든 사람은 절대자의 심판을 받게 돼 있다(심판설)’라는 항목에 대한 긍정률도 1984년 35%에서 작년 조사 결과 25%로 줄어들었다. 심판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답변은 60%였다.

종교별로 보면 창조설을 믿는 개신교인은 59%, 천주교인 45%, 불교인 34%, 비종교인 21%로 조사됐다. 절대자의 심판설에 대한 부분도 개신교인은 61%가 긍정했으며 천주교인은 38%, 불교인 16%, 비종교인 12% 등 큰 차이를 보였다.

창조설과 심판설 모두 지난 30년 동안 긍정률은 10%포인트 남짓 감소한 반면 부정률은 20%포인트 넘게 증가했다. 기독교, 특히 천주교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추이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1984년 개신교인과 천주교인 모두 창조설 긍정률이 80%에 달했지만, 지난해 조사 결과 개신교인은 59%로, 천주교인은 45%로 급감했다. 심판설 또한 30년 전에는 76%였지만 2014년에는 개신교인이 61%, 천주교인은 38%로 감소했다.

◆유교 성향 감소… 불교 교리 긍정도 감소

한국갤럽은 종교 여부를 떠나 다수 국민들이 따르는 관혼상제 저변에 유교가 깊이 자리한다고 보고 한국의 대표적인 3대 종교에 유교를 포함시켰다.

우리 국민의 유교적 성향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급격히 쇠퇴했고, 이후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 아내 할 일이 구별돼야 한다’라고 긍정한 응답률은 1984년 73%에서 2014년 43%로 급감했다. ‘자식은 자기 생각보다 부모 뜻을 따라야 한다’라고 공감한 응답자는 1984년 48%에서 2014년 32%로 역시 감소했다.

불교적 성향은 ‘윤회설’과 ‘해탈설’에 대한 의견으로 파악했다. ‘사람이 죽으면 어떤 형태로든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는 윤회설을 인정하는 응답자는 28%에 그쳤다. ‘누구나 진리를 깨달으면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해탈설에 대해서도 35%만이 긍정했다. 불교인들도 이 두 가지 사항에 대한 믿음이 적었다. 윤회설은 38%가, 해탈설은 42%가 긍정했다.

눈에 띄는 점은 개신교인의 윤회설·해탈설 긍정률이 2004년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늘어 불교인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됐다.

한국갤럽은 1984년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 의식’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이후 1989년, 1997년, 2004년에 이어 지난해 제5차 비교조사를 진행해 지난 30년 동안의 변화를 추적했다. 이 단체는 지난 주 ‘한국의 종교 실태’를 공개했으며, 이번 ‘종교 의식’에 이어 다음 주에는 ‘종교 단체와 종교인에 대한 인식’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4월 17일부터 5월 2일까지 3주 동안 전국(제주 제외) 만 19세 이상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보고서는 2월 중 단행본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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