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오후 서울역 지하차도에서 노숙인들이 자리를 펴고 누워있다. 한쪽에서는 노숙인들이 술을 마시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있다. 시민들은 혹여 노숙인에게 봉변을 당할까봐 걱정하면서 고개를 숙인 채 재빠르게 옆을 지나갔다.ⓒ천지일보(뉴스천지)

주·흡연·소란 ‘심각’
市 “시설 권해도…” 해명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눈은 반쯤 풀려있었다. 코끝이 찌릿할 정도로 심한 술 냄새도 났다. 바닥에는 금방 마신 듯 보이는 빈 소주병이 나뒹굴고 있었다. 그는 눈을 치켜뜨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째려봤다.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XX야, 뭘 쳐다봐”라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겁에 질린 시민들은 본체만체하며 재빠르게 그의 앞을 지나갔다.

2일 오후 서울역 지하도. 노숙인 2명은 차가운 바닥에 빈 박스를 깔고 앉아 있었다. 금방 술판을 끝낸 상태였다. 이들은 주변 행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변에 침을 뱉고, 큰 소리로 떠들어 댔다. 이들의 일상이었다.

서울역사 앞도 마찬가지였다. 대여섯 명의 노숙인들은 술에 취해 의자에 드러누워 있었다. 한 노숙인은 비틀거리며 여성에게 다가갔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여성은 뒷걸음치다 황급히 도망갔다.

여성은 “가끔 서울역을 지나가는데 술 취한 노숙인 때문에 무섭다. 되도록 노숙인이 없는 곳으로 다니려 한다”고 토로했다.

시청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 노숙인은 역사 내 의자에 앉아 몸을 웅크린 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냄새가 진동했다. 그의 옆에 있는 의자를 사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같은 노숙인들의 음주·흡연·소란·폭언·성추행 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술에 취한 노숙인 A씨는 동료 노숙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습적으로 폭행해 경찰에 구속됐다. 몇 해 전 술 취한 노숙인 B씨는 서울역 광장에서 여성을 성추행하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침을 뱉고 욕설하는 등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 낮술을 마신 노숙인들이 역사 안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갈수록 심해지는 노숙인들의 행동에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청소부들도 노숙인을 겁내고 있었다.

한 청소부는 “낮이든 밤이든 술을 먹고 시민들에게 해코지한다. 나도 봉변을 당할까봐 가슴이 철렁거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한 노숙인이 술 취한 채 남자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있다며 경비원이 와도 노숙인들을 제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소부는 “노숙인들이 있던 곳을 매일 청소해도 냄새가 사라지지 않는다”며 “주위 사람들은 우리가 청소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시민들도 불안감을 전했다. 김승희(33, 여)씨는 “노숙인들에 대한 통제가 전혀 안 되는 것 같다”며 “지금도 술주정 부리고 위협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날씨가 더 풀리면 더 많아질 텐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유림(가명, 30, 여)씨는 “시민들에게 손 내밀고 구걸하는 노숙인도 많다”며 “돈을 안 주면 째려보기도 하고, 욕을 하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 자활지원과 관계자는 “상담을 통해 생활시설, 재활치료 병원을 소개하고 입소를 권유하고 있다”며 “하지만 강제적으로 할 수 없기에 이런 부분이 항상 애로 사항이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정신 부분·알코올 관련 상담을 더 지속하기 위해 상담원 한 명을 보충할 예정이라며 경찰의 협조를 받아 꾸준히 단속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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