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땅에서 근무 시간 중 대한항공 부사장으로부터 폭언과 함께 일격에 ‘하기(下機)’ 지시를 받은 여객기 사무장은 당황했을 것이다. 여객기에서 내려 혼자 귀국한 후 지금까지 2개월간 겪은 정신적·육체적 고통과 피해는 작지만은 않았을 터인데, 이 사건이 터지자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등에서 일어나 조양호 회장 일가의 부당한 간여에 대해 항의했으며, 승무원들은 근무 중 인권 유린 사례에 대해 들고 일어나기도 했다.
재벌 후세들이 경영에서 무소불위(無所不爲)로 권력을 휘두르는 현상은 우리 사회에서 비일비재했다. 일반인들은 대학 졸업 후 입사해 평균 22년 정도가 돼야 임원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데 비해 재벌 가족이란 이유 하나로 30∼40대에 회사 중역 자리를 꿰찬 사례가 일반화되다시피 한 현실이다. 이번 사건의 가해자인 조 전 부사장도 1999년 사원으로 입사해 7년 뒤 임원, 14년 만에 대한항공 부사장의 자리에 올랐고, 그의 두 동생도 초고속 승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전 부사장은 재판 과정에서 “죄송하다”고 말하면서도 “당시 승무원은 물을 갖다 달라는 저에게 콩과 버터볼 종지를 같이 가져왔다. 그건 명백한 매뉴얼 위반이며, 이번 사태가 벌어진 건 승무원과 기장 때문”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설령 사건 발단은 거기서 시작됐다고 해도 결국은 ‘내가 누군데’라는 특수층의 우월감이 발동했던 탓이니 갑(甲)질의 표본이 아닐 수 없다. 비난받아야 마땅한 특권층 또는 가진 자들의 횡포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말끔히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