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매각가·대표이사 해임 놓고 사모펀드와 갈등 심화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그룹 재건을 목표로 하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제2 창업의 첫 해’로 선언한 올해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을 상반기에 되찾은 후 하반기에는 모태 기업인 금호고속을 인수하겠다는 게 박 회장의 계획이다.

하지만 인수 우선순위 두 번째인 금호고속을 놓고 매각주체인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펀드(PEF)와 금호아시아나 간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사모펀드는 2012년 금호고속은 물론 금호아시아나가 보유하고 있던 대우건설과 서울고속터미널 지분을 한데 묶어 인수했다.

당시 사모펀드 측은 원활한 투자자 모집을 위해 금호고속 지분도 패키지에 포함시켜줄 것을 주장했고 금호아시아나 측은 금호고속에 대해 향후 일정수익률을 주고 되사오는 조건으로 우선매수권을 부여받았다. 이때 금호산업은 해당 사모펀드에 1500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호고속을 다시 팔 때 금호그룹에 우선매수권을 주도록 협의한 사모펀드 측이 최근 매각을 공개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양측 간 갈등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현재 양측은 금호고속 매각가와 대표이사 강제 해임 등을 놓고 첨예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사모펀드 측은 “박삼구 회장 측이 매각을 방해하고 있다”면서 “엄정 대응할 것”이라며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호고속의 매각가를 5000~6000억원대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는 금호고속 채권단이 인수할 당시 가격인 3345억원에 2배 가까이 되는 액수다. 이에 금호아시아나 측은 터무니없는 액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모펀드가 대우건설 주식(5100만주)을 적절한 시점에 매각하지 못한 실수로 입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고가 매각이란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게 금호아시아 측의 주장이다.

이에 사모펀드는 아직 어떠한 공식제안을 한 적이 없다며 일축했다. 사모펀드 측은 금호아시아나에 대한 최종매각제안을 오는 14일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사모펀드는 지난해 11월 금호그룹에 의한 금호고속 매각 방해 및 기업가치 훼손 등의 이유로 김성산 대표이사를 해임한 바 있다. 이에 양측은 대표이사 해임의 정당성 여부를 놓고도 공방을 펼치고 있다.

사모펀드 측은 3월 2일 이후 금호그룹의 금호고속 매수에 관한 우선매수청구권이 소멸될 경우, 금호그룹의 재협상 권한을 원천 배제하고 경영능력과 임직원 고용안정화 능력을 갖춘 제3자 매수후보자를 선정하기로 한 상태다.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모두 되찾느냐, 아니면 금호산업에 집중하느냐를 놓고 박삼구 회장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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