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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금융이해력 65세 이상 고령자와 비슷한 수준
교육 강화 목소리 높은데 교과목서 제외되나 ‘우려’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사회 과목 중 경제는 인기가 없었다” “고등학교 때 금융 배운 적 없다” “경제 배웠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2일 만난 20대 청년 및 대학생들이 금융교육에 대해 보인 반응이다. 이수지(24, 여, 숙명여대) 학생은 “아직 대학생이라 용돈이나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재무관리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전공이 경영학인 만큼 금융에 대한 지식은 10점 만점에 스스로 7점을 매겼다. 이성실(23, 여) 씨도 “경제는 선택과목이었다. 배운 게 기억나지 않는다”며 “현재 재무관리를 따로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청년 대부분은 ‘재무관리 자체가 의미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반해 중국에서 12년간 유학하다 한국 대학에 진학한 김지홍(23, 남, 고려대) 학생은 과외와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비는 물론, 학비의 1/3을 스스로 충당하면서 저축도 한다고 했다. 재무관리 습관은 유학시절 중국인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서 ‘미우주무(未雨綢繆)’라는 중국 격언을 언급했다. 이는 ‘비가 오기 전에 올빼미가 둥지의 문을 닫아 얽어맨다’는 뜻이다. 그는 “똑같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을 벌더라도 돈 관리는 한국 학생들에 비해 중국 학생들이 계획성 있게 더 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과 20대 청년층의 금융이해력 수준이 60.3점으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낮았다. 58.1점을 받은 65세 이상 고령자보다 조금 높을 뿐이었다. 20대는 미래 대비 재무설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고, 65세 이상 고령자는 복리계산이나 화폐의 시간가치 같은 수리적 금융지식이 부족했다. 특히 금융교육 경험이 있는 65세 이상의 금융 이해도(66.8점)가 금융교육 경험이 없는 20대(59.9점)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금융교육 경험이 있는 고령층이 그렇지 못한 젊은이보다 이해도가 훨씬 높은 것이다.

이처럼 최근 금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금융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청소년의 수학·과학 소양은 세계 최고지만, 금융지식은 금융교육을 받은 미국 학생들보다 낮다는 실증 분석 결과가 나왔다”며 “고등학교 때부터 금융교육을 통해 합리적인 금융 의사결정을 해나갈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연합회, 생명·손해보험협회 등 13개 기관과 함께 올해 금융교육 추진 방향을 논의하고, 학교와 연계한 금융교육을 강화하는데 최우선 순위를 두기로 했다. 아울러 교육과정에 금융교육 비중이 확대될 수 있도록 교육부와 협의하는 계획도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 교육과정에서는 ‘금융교육’이 제외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이날 금융권 및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2018년까지 대대적으로 교과목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사회와 역사, 지리, 윤리 등 기존 4개 선택과목을 공통사회 과목으로 대통합하는 과정에서 금융교육 내용이 제외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금융교육은 사회 교과서의 일부 단원으로 다뤄지거나 선택과목인 경제에 포함돼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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