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남군이나 여군이 이성의 관사를 출입하면 안 되고, 부득이하게 신체 접촉을 할 때는 한 손 악수만 해야 한다. 또 한 사무실에 남군과 여군 단둘이 있으면 안 되고 부득이한 경우는 출입문을 열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 새로운 성군기 개선을 위한 행동수칙이다. 이는 법적 구속력을 갖는 명령으로 일선부대에서 지켜야 한다. 우리의 육군이 18세기도 아닌 21세기에 군대 내 잇따른 성관련 사고의 예방을 위해 내놓은 방안이다.

천리 길을 말로 달려가는 시대가 아니다. 우주선이 날아다니고 지구촌 구석구석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순간 영상과 대화를 교환하는 시대에 남녀가 유별하여 함께 하는 자리를 피하는 18세기의 행동윤리를 적용하겠다는 군대의 행동수칙은 도대체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집안에만 있어야 하는 여성이 아닌 사회활동도 군대활동도 제 의사에 따라 선택하고 적극적인 삶을 펼쳐가는 21세기의 여성이다. 우리 여군은 액세서리가 아니다. 전투능력을 보유한 군인이다. 근무를 할 때나 작전을 펼칠 때 여군과 남군을 구별해야 한다면 작전보다 우선 남군과 여군의 내외가 우선해야 하는가? 이는 1만 여군들의 군대 내 입지를 인정하지 못한 졸속 대책이다. 또한 군대 내 성폭력은 여자 군인들에게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동성 간의 성추행이나 성폭력 사건도 상당하다. 성관련 사고가 왜 일어나게 되는지 근본적인 원인은 무시한 채 쏟아지는 비난을 피해가기 위한 졸속 행동수칙이다.

얼마 전 강원도 육군부대에서 일어난 여단장의 부하 여군의 성폭행 사건이 성군기 개선 행동수칙을 만들게 했다. 동 부대는 여단장 성폭행 사건 이전에 사단장의 부하 여군의 성폭행이 진행돼 사단장과 여단장이 부하 여군을 성폭행하는 진기록을 만들었다. 긴급 체포된 여단장은 합의하에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성폭행은 아니라는 해명이지만 부하 여군의 말은 달랐다. 군대는 상명하복의 계급이 지배한다. 따라서 군대를 직업으로 선택한 여군의 경우 상관의 압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신고를 하기까지 수많은 갈등과 번민이 계속된다. 신고를 해도 지휘가 높은 상관은 가벼운 처벌로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는다. 그들은 다시 돌아와 압력을 가하기 쉽고 그들이 가진 인프라로 피해자를 더 옥죄이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신고란 군대 생명을 거는 일이다. 때문에 신고된 건수보다 신고하지 못하는 건수가 더 많다.

군대 관련자는 누구보다도 이러한 실정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적극적인 개선의 의지가 없는 듯하다. 3성 장군 출신의 국회의원이 성폭행 혐의 여단장을 두둔한 것만 봐도 군대의 실정을 알 수 있을 것이다. 40대의 여단장이 열심히 일을 하느라 외박도 못 나가 개인적인 욕구를 해소하지 못 해서 벌어진 사건이니 그 사정을 이해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군대를 모르는 국회의원이 아니다. 그는 육군사관학교 출신에 사단장과 사관학교장을 거쳐 기무사령관까지 역임한 사람이다. 그러한 사람이 이러한 의견을 내놓고 여군 하사를 하사 아가씨로 지칭하는 것을 보면 군대에서 여군의 실상을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임기응변의 졸속개선책으로는 군대 내 성관련 사고를 예방하거나 근절할 수 없다. 지휘관은 물론 전군의 군기를 새로이 할 수 있는 기강을 잡고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21세기에 적합한 체계로 현 군인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발휘할 수 있는 체계로의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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