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듀크대학교 캠퍼스 중앙에 위치한 채플. 고딕 양식의 웅장한 건물로, 이 학교가 기독교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는 모든 종교의 예배를 여기서 드리고 있다. (사진출처: 위키백과)

유명 목사, SNS에 대학 비판
듀크대, 반대 거세 허용 취소
UCLA, 얼마 동안 허용해와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최근 미국에서 무슬림 대학생을 위한 ‘아잔(Adhan)’ 허용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아잔’이란 이슬람의 기도시간을 알리는 사람이 이슬람 사원의 종탑 위에 올라가 성도인 메카를 향해 기립, 약 3분간 이슬람을 찬미하는 노래를 부르는 행위다. 기독교의 종, 유대교의 나팔에 해당한다. 무슬림들은 매일 5차례 일정한 시각이 되면 담당자가 종탑 위에 올라가 이를 알린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듀크대학교(Duke University)는 지난달 13일(현지시각) 교내 중앙에 위치한 예배당 종탑을 통해 아잔을 방송하겠다고 발표했다가 개신교인들의 반대에 부딪쳐 이를 철회했다.
듀크대학교는 원래 감리교와 퀘이커 교도가 함께 세운 대학교로, 현재는 연구 중심 사립대학으로 개신교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교를 가진 1만 5000여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미국 최상위권 명문대학 중 하나로 꼽힌다.

캠퍼스 중앙에 위치한 듀크대 채플은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웅장한 예배당으로, 듀크대가 기독교 뿌리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해 준다. 지금은 매주 개신교뿐 아니라 유대교, 가톨릭교,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 등 각 종교의 예배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듀크대는 감리교와 별 상관이 없지만 보수 개신교계는 기독교식 예배당에서 아잔이 울려 퍼지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고 학교를 압박했다.

듀크대는 결국 15일 교내 예배당의 종탑에서 아잔을 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AP통신은 듀크대가 이 계획을 취소한 데는 개신교계 지도자인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 프랭클린 그레이엄(Franklin Graham) 목사의 분노 때문이라고 전했다. AP는 프랭클린 목사가 기독교인들에 대한 무슬림의 폭력행위를 이유로 듀크대 졸업생들에게 이 계획을 반대하도록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프랭클린 목사는 자신의 SNS 계정에 지금도 이슬람교 국가에서는 샤리아법에 복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독교인 등 타 종교인들을 처형·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는 “결정이 철회될 때까지 듀크대의 동문과 기부자들에게 전화해 반대 의사를 밝히라고 종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듀크대가 감리교 뿌리를 가지고 있는 학교인데 채플의 종탑에서 ‘알라는 위대하다’는 아잔이 울려 퍼지는 것이 불쾌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계속되는 반발에 학교는 이틀 만에 결정을 번복했다.

마이클 센펠드 듀크대 부총장은 “듀크대는 모든 학생들에게 포용적이고 관용적인 캠퍼스를 계속 육성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단합을 위한 노력으로 구상했던 계획이 의도했던 효과를 내지 못했음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앞서 예배당의 크리스티 샙(Christy Lohr Sapp) 종교 생활 부학장은 ‘뉴리퍼블릭’과의 인터뷰에서 “아잔을 허용하기로 한 것은, 당신이 종교 생활을 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학교의 약속을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듀크신학대학원 리차드 헤이스(Richard Hays) 학장은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일로 분노와 위협의 메시지를 받은 사실이 애통하다고 전했다. 일부 학생과 졸업생도 학교의 결정에 반대했다.

한편 캘리포니아대학교 LA캠퍼스(UCLA)에서는 한동안 아잔이 울려 퍼진 것이 기독교 언론의 보도로 알려졌다. 이에 보수 기독교인들은 댓글로 학교를 비판했다. 그러나 23일 학교 대변인은 성명서를 통해 캠퍼스에서 아잔을 방송한 것은 일회성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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