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본질’을 찾아 떠나는 여행

언어는 독백으로 시작됐을까, 아니면 상호소통을 위한 대화로 시작됐을까?

저명한 언어학자인 노암 촘스키는 “언어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며 그 능력은 ‘보편문법’과 함께 유전자에 녹아 있다”고 언어의 기원을 설명한다. 더 나아가 ‘언어는 진화한다’는 관점에서 언어의 기원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 책은 진화하는 언어에 관점을 맞춰 ‘언어의 기원’을 인문학 관점뿐만 아니라 ‘언어생물학’ ‘유전학’ ‘인지과학’ ‘고고인류학’ 등 다양한 학문에서 접근한다.

언어의 진화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데 첫 번째 장애물은 ‘말의 본질’이다. 말은 인간에게 공기와 같다. 우리는 쥐라기 어룡의 적응 과정을 추적할 수 있고, 화석을 통해 이 동물이 오랜 시간 어떤 식으로 변화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언어는 화석으로 보존되지 않는다. 다만 인체 기관의 변화만이 언어의 진화 과정을 설득할 만한 실마리를 제공할 뿐이다. 예를 들어 뇌·혀·후두·폐·코·목젖 등은 말하는 데에 매우 긴밀한 조직이다. 하지만 지질학적인 시간을 기준으로 볼 때, 인체의 조직은 금방 사라진다.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흔적을 남긴다. 이처럼 언어의 화석, 즉 인체 기관의 변화는 처음 질문이었던 ‘언어가 독백에서 시작됐는지, 대화로 시작됐는지’에 대한 질문에 모범답안이 될 수 없다.

많은 언어학자들은 최초의 언어를 찾기 위해 힘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중 베르나르 빅토리는 말과 글은 언어의 기원을 찾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말은 흔적을 남기지 않기 때문이요, 글은 말과 달리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일부 언어학자들은 지구상 모든 언어들이 하나의 언어에서 파생됐다고 주장하며 그 언어를 모어(母語)라고 부른다. 또한 수많은 언어에 사용되는 어근들을 모어의 근거로 제시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이 어근들이 5만 년보다 훨씬 이전 인류 조상들이 말하던 최초 언어의 일부 어휘라고 가설을 세우기도 한다. 이에 베르나르 빅토리는 “예전에는 모여 살던 인간의 수가 얼마 되지 않아 모어의 존재는 있을 수 있는 가설”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언어의 존재 이유를 정확히 이해한다면 우리의 종(種)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파스칼 피크·베르나르 빅토리·장 루이 데살 지음/알마출판사/176쪽/1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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