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찾아온 연말, 놓칠 수 없는 연말 공연 시즌이 돌아왔다. 해마다 치열해지는 연말 공연 무대에 연예인들의 발걸음이 부쩍 늘었다.

얼마 전 열린 연극 ‘엄마, 여행 갈래요?’ 프레스콜에서 반가운 두 남자를 만났다. 드라마와 스크린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해온 배우 김상경과 지난 4월 종영된 드라마 ‘내 사랑 금지옥엽’에서 따뜻한 아버지 역할을 잘 소화해 낸 김성수가 이번 연극의 주연 배우로 낙점됐다.

연극을 꾸준히 해왔던 배우가 아니라서 그런지 그동안 해왔던 작품이 좋았다 하더라도 연극을 한다고 하니 조금은 불편했다. 극중 아들 현수 역으로 공동 캐스팅된 두 사람 또한 이번 무대가 그리 편한 무대는 아니라고 말한다.

드라마와 연극은 많이 다르기 때문에 단연 그럴 것이다. 드라마는 하루하루 새로운 연기와 다양함을 보여 줘야 하기 때문에 많은 순발력을 필요로 한다. 좋은 것은 ‘편집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편집으로 배우의 작은 실수는 충분히 감출 수 있다. 문제는 연기력이 되지 않으면 예리한 시청자들에게 조롱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연극은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실수 없이 한 번에 대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드라마만 해왔던 배우들에겐 쉬운 도전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대사를 전달할 때 마이크 없이 생목소리로 해야 하는 원칙을 깨고 배우 전원이 마이크를 사용한다. 연극 팬들뿐 아니라 배우에게도 매우 불편한 시도다.

연극배우 생활 30년인 예수정(53) 씨는 “안하던 마이크를 하니 호흡할 때 숨소리가 크게 들린다. 관객들은 시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아도 관객들이 귀 기울여 대사를 듣는 게 중요하다. 마이크 사용이 어색하다”고 말했다. 30년 연극배우에게도 마이크 사용은 불편한 일이다.

그러나 요즘 연극무대에 연예인들의 출연이 잦아지면서 마이크를 쓰는 연극무대가 늘어나고 있다. 연극배우에게는 만족하지 못할 무대가 될 것이다. 연극무대는 연예인들의 연기력을 길러 주기 위한 연습 장소가 아니다.

연극을 통해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를 얻을 뿐 아니라 삶에 대한 희망을 통해 자신을 찾기도 한다. 그런 무대에서 연예인들은 과연 어떤 마음으로 연기를 할까. 연극 무대 위. 그 짧은 순간 배우는 자신이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지 아닌지를 스스로 평가받게 된다. 그래서 연극무대는 연예인들에게 ‘겁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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