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KBS 1TV 소비자고발 제작진 실형 구형

최근 ‘PD수첩’의 편파보도 문제로 MBC가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고발’ 사태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공영방송 시사프로그램의 공정성 논란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황토팩 왜곡·조작보도 의혹으로 파장을 일으켰던 KBS 1TV ‘소비자고발’ 프로그램 제작진이 검찰로부터 실형을 구형 받은 것.

지난 29일 서울남부지검은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소비자고발’ 이영돈·안성진 PD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고 밝혔다.

‘소비자고발’은 지난 2007년 10월 5일과 11월 9일 두 차례에 걸쳐 ‘충격! 황토팩 중금속 검출’ 편을 방송했고, 이 과정에서 (주)참토원이 판매하는 화장품에 함유된 황토의 성분인 산화철을 마치 제조과정에서 유입된 쇳가루인 것처럼 보도한 혐의다.

산화철 방송 부분과 관련, 지난해 2월 서울남부지법은 “황토팩 가루 중 자석에 반응한 검은 물질은 황토분쇄 과정에서 볼밀이 마모되면서 유입된 탄소강 하이망간이 아니라 황토자체에 포함된 자철석 등 산화철로 허위보도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정보도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해당제품은 이미 일본, 대만 등 해외에 수출되고 있었음에도 ‘소비자고발’ 측이 수출 사실이 없다고 방송해 회사에 심대한 타격을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방송이 나간 후 참토원 측은 정읍 본사공장 가동 중단으로 협력사까지 합쳐 4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주장하면서 200억 원대의 민사소송을 냈다.

참토원의 부회장으로 재직했던 탤런트 김영애 씨는 당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KBS 측의 오보로 인해 신 성장사업인 국내 황토팩 시장은 물론 황토산업 전체가 붕괴, 도산 위기에 처했다”며 “오보 방송 이후에도 KBS 측의 오만하고 미온적인 자세에 대해 방송 권력을 응징하는 방송민주화 차원에서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 파업이나 투쟁이 아닌 프로그램 공정성 문제로 담당 PD에게 실형이 구형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로, 지나친 PD저널리즘에 경종을 울렸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최승노(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은 “작은 문제를 부풀리고 소재 만들기에 급급한 끼워 맞추기식의 보도는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폐해를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제작진은 정확한 과학적 근거와 함께 양쪽의 주장을 모두 고려한 뒤 기업의 활동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보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철(방송개혁시민연대) 정책기획위원장은 “참토원이 당한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검찰 측에서 실형을 구형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비판은 좋지만 사실관계 확인을 소홀히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작자들이 좀 더 책임의식을 갖고 방송을 내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동훈(공정언론시민연대) 정책실장은 “방송은 자신의 권한에 집착하지 말고 책임 있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소홀한 부분이 드러나서 법적인 문제로 비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참토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프로그램 자체를 탓하는 부분은 아니지만 사실 확인에 기초하지 않은 일방적 편파 취재로 회사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면서 “잘못된 부분은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 내년 1월 7일에 있는 형사소송 1심 선고가 마무리되는 대로 민사소송을 다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고발’과 마찬가지로 ‘PD수첩’ 제작진 역시 관련 민·형사소송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판결이 나오는 내년이 되면 피디저널리즘에 대한 찬반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MBC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 원고(쇠고기수입업체) 측 변호인 이헌 변호사는 “‘PD수첩’ 소송 및 ‘소비자고발’ 소송은 언론의 책임을 일깨우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며 “언론의 기본적인 역활은 ‘진실’을 보도하는 것이므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 못해서 피해를 입힌 경우에는 무거운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구형과 관련해 ‘소비자고발’ 측의 입장을 듣고자 전화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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