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빈곤의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다. 사진은 한 아주머니가 붕어빵 장사를 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DB

빈곤 탈출 5명 중 1명… 역대 최저 수준
감소 효과는 2.5%에 불과
OECD 국가 중 최저수준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 28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붕어빵 장사를 하는 김명주(54, 여)씨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는 8년째 붕어빵을 팔고 있다. 돈을 모으고 싶지만 쉽지만은 않다. 방세와 생활비, 병원비 때문이다. 빠듯한 살림살이로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틴다. 그는 삶이 결코 달라지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젊은 시절,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많이 절약했었다. 하지만 빈곤은 계속됐다. 아이에게는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가난의 벽을 넘는 건 그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다.

우리나라 빈곤의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다. 갈수록 빈곤 탈출이 어렵다는 것. 빈곤층에서 탈출해 중산층으로 올라가는 가구 수는 감소하고 있다. 반면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가구 수는 증가하고 있었다.

2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층이었던 사람 중 중산층 이상으로 이동한 사람은 22.6%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4.5명 중 1명만 빈곤 상태에서 탈출한 셈이다.

빈곤 탈출률은 1차년도와 2차년도 사이 조사에서 32.4%를 기록했지만 이후 점점 낮아져 8년 새 10%p가량 하락했다.

저소득층을 탈출한 사람 중 22.3%는 중산층으로 이동했고, 고소득층으로 옮겨간 사람은 0.3%에 불과했다. 고소득층이었던 사람이 계속 고소득층을 유지하는 경우는 증가했다.

정부는 빈곤율 감소를 위해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정책에 따른 빈곤율 감소 효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인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OECD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아일랜드는 정부 정책 전 시장소득 기준 빈곤율이 41.4%였다. 하지만 정책 적용 이후 처분가능소득 기준 빈곤율은 9.7%로 정부 정책의 빈곤율 감소 효과가 무려 31.7%p나 됐다.

프랑스도 정책 전 빈곤율이 35.0%, 정책 후 빈곤율이 8.0%로 정책의 빈곤율 감소 효과가 27.0%p였다. 핀란드는 24.4%p, 독일 24.2%p, 체코 23.2%p, 벨기에 23.0%p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은 2.5%p에 불과했다.

멕시코(6%p), 칠레(4.7%p), 터키(3.1%p) 등 한국과 소득 수준이 비슷하거나 낮은 국가들도 정부 정책의 빈곤율 감소 효과는 한국보다 더 높았다.

전문가들은 불안한 노동시장과 부족한 복지정책 탓으로 빈곤이 대물림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우리나라의 고용조건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라며 “극소수 상위계층 빼고는 기존의 중간·중하위 계층의 고용·임금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시장에서의 격차 빈곤을 상쇄시키는 게 복지인데, 우리나라는 복지수준이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과 개인, 대기업과 중소기업, 핵심 노동자와 불안정 노동자 간의 격차가 심각하다”며 “이 세 가지의 차이를 줄이는 방법을 마련해야 빈곤율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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