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철 한국문화콘텐츠연구소 소장

 
지금 한반도는 정신문화와 물질문화의 충돌지대이다. 한반도는 일제에 점령당할 당시에 과학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보게 된다. 과학은 새로운 세상이었다. 과학기계와 자유사상에 몰입했고 열광했다. 해방된 뒤에도 물질세계에 매진했다. 한국인의 체내에 흐르는 유전인자인 정신세계를 애써 무시해왔다. 한민족의 역사에서 그것도 한반도에서 남쪽, 자본주의를 선택한 남한은 부유하다. 한민족의 역사에서 지금 같은 부를 이룩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가난하다고 한다. OECD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만 봐도 사는 것에 힘들어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인이 가난하고, 사는 것에 힘들다고 생각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둘이다. 하나는 경쟁의 일상화고, 다른 하나는 비교에서 오는 상대적 결핍이다. 자본주의의 폐해 중 일부다.

한국인이 지금 힘들어하고 있는 것은 한국인이 몇 천 년 동안 가지고 살던 정신세계를 잃어버린 공허감에서 오는 현상이다. 서구적인 옷을 입었지만 마음에는 전통적으로 가지고 살던 넉넉한 정신세계를 잃어버렸다. 정신을 잃어버려 물질적으로 넉넉하면서도 정신적으로 가난해 공황상태가 된 것이 지금의 한국사회다. 한국사회는 결코 가난하지 않지만 힘들어한다.

우리 고유의 전통이었던 정신세계를 되찾는 날이 가난과 고통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경쟁과 비교를 버리고 성숙된 정신세계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한반도에 있었던 전통사회는 높낮이에 의한 신분의 위계를 인정하면서도 먹고, 입고, 자는 것에 있어서 독점을 문제 삼았다. 생존권을 축으로 한 자본의 나눔을 기본으로 한다. 반면 근대에 한반도에 들어온 자본주의는 자본의 독점을 인정한다. 개인의 이기심을 극대화하는 측면이 있다. 반면 유교는 자본의 문제에 있어서는 평등주의로 공산주의와 부분적으로 생각을 공유한다.

한반도는 전통적인 정신문화국이지만 서양의 물질문화에 눌렸다

한국인은 2천년을 유교사상에 의해서 정신과 생활의 지배를 받았다. 하지만 다른 아시아의 나라의 경우와는 다른 경로로 한국인은 유교사상을 버리게 된다. 그리고 우리의 전통적인 인류애에 대한 정신인 홍익인간이나 자연과의 친화적인 사상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것은 한국에 들어오는 서양의 자본주의의 유입경로가 특별해서이다. 서양은 당연하게 자본주의로 성장한 지역이다. 자본주의의 원산지로서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을 통해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경제 권력을 만들고 행사해왔다. 그리고 서구사회가 혁명의 시대를 열면서 세계를 선도하는 지역으로 발돋움하는 데에는 과학이 큰 몫을 했다. 모든 사상과 철학 그리고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도적인 역할을 자본주의가 앞장서서 이끌어가고 있다.

동양은 그만큼 폐쇄적인 사고를 가졌다. 서구의 침략성도 동서양이 서로 조우했을 때 비로소 알았다.

잉카제국이 피사로를 대장으로 하는 180여 명의 에스파냐 인들에 의하여 무너지듯 거대 중국이 불과 2만 명 내외의 군사에 의하여 굴복하게 되는 것은 과학의 힘에 의해서였다. 치욕이었다. 서양의 압력에 의해 대부분의 동양의 나라들은 굴복하고 과학과 사상을 받아들이게 된다. 자본주의는 이렇게 동양에 발을 붙였다. 그래서 동양인들은 서양에 대한 반감과 함께 부러움을 동시에 가지게 되었다.

한국은 달랐다. 천년 이상 동안 백성을 다스려온 왕조가 무너진 것이 한국인의 시민운동이나 자유사상에 의해서가 아니라 일본의 강제점령에 의해서였다. 약체로 보았던 일본에 점령되어 치욕과 분노를 가지고 있을 때 일본을 제압하고 한국을 해방시켜준 세력이 미국이었다. 미국은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상태인 한국을 해방시켜 주었고, 한반도를 힘으로 점령한 일본보다 강한 국가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한국인은 알게 되었다.

일본을 통하여 들어오던 사상과 과학이 일본보다 앞서 있는 나라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한국인은 놀라워하면서 미국을 만났다. 자연스럽게 서양의 사상과 과학에 거부감이 없었다. 이제 다시 시작할 때가 되었다. 한국문하와 역사에 대하여 당당하게 발언하고, 연구할 때가 되었다. 정신문화와 물질문화의 공존을 만들어내기에 한국은 최적지다. 입지적인 것이나 상황적인 현재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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