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장충체육관이 다시 살아났다. 산뜻하고 모던한 모습으로 스포츠 팬들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25일 남녀 배구 올스타전이 벌어진 장충체육관은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새 출발을 알리는 배구 스타들의 열전이 펼쳐졌다. 현역 스타들은 새 경기장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경기에 나섰고, 올드 스타들은 예전의 화려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도 바뀐 경기장에 낯설어하는 모습이었다. 오랜만에 좋은 볼거리를 갖게 된 관중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체육관은 만원 관중으로 붐볐고, 일부 관중들은 표 매진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장충체육관이 다시 모습을 보인 것은 지난 2012년 5월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 지 꼬박 2년 8개월 만의 일이다. 지난 19일 여자배구 GS 칼텍스와 한국도로공사의 경기에 이어 남녀 배구 올스타전 등 배구 경기를 잇달아 재개장 기념경기로 갖게 된 것은 배구와의 오랜 인연 때문이다.

팔팔한 30대와 40대를 배구 기자로 보낸 필자가 갖고 있는 장충체육관의 추억도 주로 배구와 관련돼 있다. 지난 1980년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장충체육관은 ‘백구의 대제전’ 대통령배 배구대회가 펼쳐졌던 곳이었다. 결승전 등 빅 매치가 열릴 때면 장충체육관은 만원사례를 기록하며 배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어냈다. 고려증권, 현대자동차써비스의 불꽃 튀었던 라이벌전은 지금도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른다.

장충체육관은 ‘배구의 메카’이면서 ‘한국 스포츠의 메카’이기도 했다. 1963년 2월 개장한 장충체육관은 현대 한국 스포츠의 역사가 그대로 담긴 곳이다. 이렇다 할 실내체육관을 갖추지 못했던 시절, 장충체육관은 한국 스포츠의 역사를 써나가면서 많은 신화적 스포츠 스타들을 탄생시켰다. 1966년 김기수가 한국 최초로 프로복싱 세계챔피언에 올랐고, 1967년 프로레슬링 ‘박치기왕’ 김일이 세계챔피언이 됐다. 1967년 체코 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의 주역 박신자를 비롯한 여자농구 스타들이 화려한 기량을 선보였다.

40대 이상의 스포츠팬들은 대부분 장충체육관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들의 경기를 직접 보고 즐기며, 경기가 끝난 뒤 체육관 건너 족발집에서 소주를 곁들이며 경기 뒷얘기를 주고받았다. 배구팬인 한 관중은 “장윤창·마낙길의 호쾌한 강타와 다이내믹한 플레이는 가슴을 후련하게 해주었다. 교통도 편리하고 주변 먹거리도 많아 자주 찾곤 했다”고 1990년대의 배구 경기를 기억했다.

이번에 재개장한 장충체육관은 외형이 예전의 모습과 많이 달라졌다. 고슴도치형 외관이었던 종전 모습이 알루미늄 비행접시형 돔구장으로 바뀌었다. 오색 띠들이 천장에서부터 길게 내려져 칙칙한 모습이었던 체육관 내부는 환한 철제 천장과 넓어진 관중석 등으로 환경이 크게 좋아졌다.

총 주차 대수가 60여대밖에 안 되는 협소한 주차장을 새롭게 확장하지 않았고, 관중 수용능력이 5000여명 정도에 불과한 것은 새 단장한 장충체육관의 ‘옥의 티’라고 지적할 수 있겠다. 기존 대지 위에 리모델링을 한 것이 이유였다.

현대 사회서 스포츠는 문화이자 엔터테인먼트로서 대중들에게 많은 즐거움과 행복감을 선사하고 있다. 새로 개장한 장충체육관은 앞으로 체육시설을 넘어 복합 문화공간으로서도 많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예전 국민들에게 많은 추억과 향수를 제공했던 장충체육관이 이번에 새롭게 재탄생하면서 앞으로 자라나는 젊은 세대들에게 좀 더 폭넓은 볼거리와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해 세대 간의 다리를 이어줄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배구 올스타전에서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노소 관중들이 경기를 관전함으로써 장충체육관은 세대 간 벽을 넘어선 공감과 상호 배려를 낳는 명소로 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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