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권 논설위원

 
‘게임시장 10조, 불법도박 시장 10조.’

문화관광부 발간 ‘2014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3년 한국 게임시장은 9조 7198억원 규모다.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이 수치는 전년 대비 0.3%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2008년 이후 매년 10% 이상 성장해온 것이 게임 산업이기 때문에 통계로 본다면 거의 ‘좌초’ 수준이라 할 정도가 됐다. 게임 산업은 전체 콘텐츠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출판, 만화,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 광고, 캐릭터 산업 모두를 합친 것보다 크다. 수출 효자 업종 노릇을 톡톡히 해온 것이다. 그러던 시장 규모가 감소추세를 걷고 있다. 원인은 세계경기 침체 탓이 가장 크고 중국 등 게임신흥국의 부상도 걸림돌이 됐다. 업계에서는 또한 정부와 정치권 일각의 과도한 규제도 한몫했다고들 한다. 셧다운제, 게임중독예방법 제정 움직임 등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낳아 그것이 결국은 게임 산업의 위축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일리가 있는 얘기라고 하겠다.

그러나 게임 산업을 ‘창조경제를 이끄는 핵심 콘텐츠 산업’으로 설정하고 산업 진흥을 위해 국가적으로 애쓰고 있는 점과 청소년보호나 교육적 측면의 부모 입장도 절대 간과할 수는 없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 공개된 ‘게임 피카소 프로젝트’라는 청사진에 따르면 정부는 게임 산업에 2019년까지 5년간 2300억원을 들여 세계적인 게임사 20개를 양성한다는 방침이다. 10조원 규모인 국내 게임시장을 13조원으로 확대하고 수출 규모도 28억 달러에서 40억 달러까지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게임을 문화예술에 포함시키는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도 정치권에서 발의돼 있다. 모쪼록 올해가 게임 콘텐츠 한류의 상승 모멘텀이 회복되는 중요한 변곡점이 돼 ‘수출 대박’으로 게임 산업계에도 웃음꽃이 활짝 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게임 산업에는 명암이 있다. 솔직히 말해 한국은 가히 ‘도박공화국’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컴퓨터 게임은 온라인 게임, 아케이드 게임, 모바일 게임, 콘솔 게임 등이 있다. 온라인 게임엔 고스톱 포커게임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아케이드 게임엔 ‘바다이야기 사태’라는 쓰나미가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갔다. 한국 게임 시장에서는 아케이드 게임이 전체 게임의 0.5%에 불과한 데서 보듯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2006년 1만 5000개 정도였던 전자오락실 숫자가 지금은 누구나 피부로 체감할 만큼 바닥 수준으로 줄어들어 아쉽다. 게임 산업이 한류로 지구촌에 크게 확산되기 위해서는 내수 시장 기반이 보다 튼튼해야 할 텐데.

인터넷을 통한 불법 도박은 계속 성행하고 있다. 최근 서버와 운영 사무실을 해외에 둔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에서 교직원과 소방공무원, 연예인 매니저 등이 수억원 이상을 걸고 도박을 벌여오다 적발됐다. 사이트 회원수가 3만여명. 판돈으로 5000만원 이상을 건 회원만도 717명에 달했다. 베팅 방식은 거의 무제한, 회원 모집은 다단계 방식으로 이뤄졌다. 여러 개의 대포폰과 500여개의 대포통장을 사용하고 수익금을 국내에서 현금으로 인출해 해외 사무실로 배달하는 수법을 썼다. 이 때문에 4년 6개월간 단속을 피해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었다. 현재 불법 온라인 스포츠 도박사이트가 3500여개에 달하고 시장 규모도 10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온라인으로 불법 운영되는 스포츠 도박사이트는 재빨리 인터넷 주소를 바꿔버리거나 잠적해버리는 경우가 많아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 요즘엔 태블릿PC를 이용한 ‘바다이야기’,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릴게임과 스크린경마도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박은 그 중독성으로 인해 개인과 가정을 피폐화시키는 동시에 국가적으로도 지극히 비생산적인 독버섯 같은 존재이다. 더욱이 이는 엄청난 규모의 지하경제다. 세금 부과가 전혀 안 되는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이를 양성화시켜 밝은 햇빛이 내리쬐는 떳떳한 공간으로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국가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텐데.

여기서 전체이용가 게임에는 경품 지급 방식의 변경 등 규제 완화가 조금은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전체이용가 게임을 가장한 사행성 게임은 단호하게 제재하되 건전한 전체이용가 게임장이 쇼핑몰 대형찜질방 등에서 가족 전체 놀이공간으로 많이 생겨나면 좋겠다. 또한 본인인증이 가능하다면 아케이드 게임도 점수누적 허용 등 고객 유입을 이끄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본다. 이는 온라인 고스톱 포커 게임과의 형평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지금처럼 게임 점수 누적이 안 되는 상황에서는 성인오락실을 건전한 아케이드 게임장으로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 고객들이 환전을 요구할 때 발생하는 업주들의 탈선 유혹을 뿌리치게 하기 위해서도 성인오락실을 양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부수적 효과로 국가적인 세수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다만 이는 흥미로운 새 게임 개발, 가족단위의 건전한 오락실 문화 정착, 아케이드 게임 업계 스스로 자체 정화를 위해 힘을 쏟는 것 등을 필수 전제 조건으로 해야 함은 물론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