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호주 시드니 오스트레일리아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준결승 한국 대 이라크 경기. 슈틸리케 감독이 경기시작 전 애국가 제창이 끝나자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독이 든 성배’ 아시안컵 감독자리, 슈틸리케 감독에겐 기회의 땅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가 1988년 이후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한국은 26일 호주 시드니 오스트레일리아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이라크와의 준결승전에서 2-0으로 이겨 결승에 진출했다. 전반 20분 이정협의 헤딩선제골과 후반 5분 김영권의 중거리슛 추가골로 가볍게 이겼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부터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 8회 연속 본선 진출, 월드컵 4강(4위) 등의 기록은 아시아에서는 유례없는 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이같이 월드컵에서는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는 한국축구지만, 아시안컵에선 약세를 면치 못했다.

59년의 아시안컵 역사에서 한국은 우승 2회, 준우승 3회의 기록을 갖고 있다. 1956년 초대대회부터 2연패 한 것을 제외하면 55년간 정상에 오르지 못했고, 1988년 이후로는 결승무대를 좀처럼 밟지 못하다가 이번 대회 드디어 우승문턱까지 가게 됐다. 월드컵 기록에 비하면 아시아최강이라 하기엔 상당히 자존심이 상하는 기록이다. 반면 일본은 2000년대에만 3번 정상에 올라 유일하게 아시안컵 통산 4회 우승의 기록을 갖고 있다.

특히 아시안컵은 한국대표팀 감독의 자리가 ‘독이 든 성배’가 되도록 하는 무대가 될 정도로 잔혹했다.

1996년 대회 8강에서 이란에 2-6 참패를 당해 박종환 감독이 곧바로 전격 경질됐고, 2000년 대회에서는 4강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졸전을 펼친 끝에 1-2로 패해 국내 감독으로선 유일한 대안이었던 허정무 감독 역시 경질됐다.

2004년 아시안컵에서는 본선무대도 아닌 예선에서 오만에게 1-3 패배를 당하는 일명 ‘오만 쇼크’로 인해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경질되기도 했다.

2007년 대회에서는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 코치를 역임해 한국축구와 인연이 깊었던 핌 베어백 감독이 수장을 맡아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일본을 꺾고 3위를 했다. 다만 3경기 연속 승부차기에 417분간 무득점이라는 진기록으로 인해 대회가 끝난 후 베어백 감독은 자진사퇴하고 만다.

2011년 대회에서는 외국인 감독 체제서 국내감독으로 전환해 조광래 감독이 이끌었으나 4강에서 일본에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대회 후 조광래 감독은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일방적인 경질 통보를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아시안컵은 대표팀 감독들에겐 대회 성적부진의 이유도 있지만, 2년 후 열릴 월드컵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교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잔혹사였다.

이와는 반대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첫 시험무대였던 아시안컵에서 5경기 무실점(7득점)이라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오히려 자신의 주가를 상승시키고 있어 기회의 땅이 된 셈이다.  이달 4일 대회에 앞서 가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2-0 승)까지 포함하면 A매치 6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를 이어가고 있다. 대회 초반 오만과 쿠웨이트에 1-0으로 가까스로 이겨 불안했으나 경기를 치를수록 탄력이 붙고 있다. 현재 ‘히딩크 신드롬’ 못지않은 분위기와 함께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 무대로 안내한 슈틸리케 감독이 55년 만에 우승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국은 호주-UAE 승자와 우승을 다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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