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기 명지대학교 명예교수

Ⅲ. 간도영유권 100년 시효설의 두 의미

간도영유권 ‘100년 시효설’은 다음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며, 양자의 의미는 엄격히 구별되어야 하고 혼동하여 사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1. 조약무효 주장 100년 시효설

‘조약무효주장 100년 시효설’은 하자있는 조약은 그 조약체결 이후 100년이 경과되면 시효가 완성되어 그 조약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는 시효설을 말한다. 예컨대, 서울특별시 의회의 ‘간도협약의 원천무효에 따른 파기촉구 결의안’의 ‘국제법상 조약은 하자가 발생하더라도 체결 후 통상 100년이 지나면 확정되므로 늦어도 조약체결일(1909년)로부터 100년을 맞이하는 오는 2009년까지는 문제 해결이 시급히 요청되고…’라는 제안이유(제안 이유 제2단)는 ‘조약무효주장 100년 시효설’에 입각한 것이다.

그리고 간도찾기 운동본부 뉴욕지부 김태영 회장의 ‘간도의 영유권 회복에 관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탄원서’의 “국제법상 법률시효는 100년이다. 1909년 9월 4일 청나라와 일본의 간도협약으로부터 100년이 되는 해가 바로 2009년 9월”이라는 탄원이유(탄원서 제7단)도 ‘조약무효주장 100년 시효설’에 입각한 것이다.

조약은 서명에 의해 내용이 확정되고, 비준을 요하는 조약은 비준서의 교환·기탁에 의해 효력을 발생하게 되며 비준을 요하지 아니하는 조약은 서명과 동시에 내용이 확정되고 효력을 발생하게 된다. 하자있는 조약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 시효기간은 없으며, 더더욱 100년 시효기간은 없다. 따라서 정부당국의 ‘조약무효주장 100년 시효설’의 배척이유는 타당한 것이라고 본다.

 

2. 시효취득 100년 시효설

‘시효취득 100년 시효설’은 특정국가가 특정 영토에 대해 이해관계국의 항의 없이 100년간 실효적 지배를 하면 그 영토의 영유권을 취득하게 된다는 시효설이다. 이 설에 의하면 1909년 이래 중국이 한국의 항의 없이 간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여 왔으므로 1909년부터 100년이 되는 2009년에 중국이 간도의 영유권을 취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국제법상 영토의 시효취득에 관한 일반국제협약은 없으나, 특정국가가 특정영토에 대해 시효기간 이해관계국의 항의 없이 실효적으로 지배하면 그 실효적 지배의 근거가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불문하고 실효적 지배를 한 국가가 그 영토를 시효취득하게 된다는 것이 통설과 국제판례에 의해 인정되어 있다. 다만, 시효기간에 관해 국제법상 확립된 바가 없을 뿐이다.

팔마스도사건(Island of Palmas Case, 1928)에서 200여년 기간의 점유에 대해 시효취득이 인정되었고, 알라스카 경계 분쟁사건(Alaskan Boundary dispute Case, 1966)에서 시효기간 60년이 원용된 바 있으며, 베네즈엘라와 그아나 경계분쟁 중재사건(Venezuela-Guiana Boundary dispute Arbitration Case, 1899)에서 베네즈엘라와 영국은 시효기간을 50년으로 할 것에 합의 한 바 있다. 그리고 카미잘 중재사건(Chamizal Arbitration Case, 1910)에서 미국은 43년의 시효기간을 주장한 바 있다. 일찍이 국제법의 아버지라고 불린 그로티우스(Hugo Grotius)는 100년 시효기간을 주장한 바 있다.

따라서 중국이 간도를 1909년 이래 한국의 항의 없이 실효적으로 지배하면 중국이 간도에 대한 영유권을 시효취득할 수 있다는 ‘시효취득 100년 시효설’은 그 기간의 정확성을 제외하고는 국제법상 근거가 있는 것이다.

요컨대, 우리 정부당국이 ‘100년 시효설’을 ‘조약무효주장 100년 시효설’로 보면 ‘100년 시효설’ 주장을 배척하는 것은 국제법상 타당성이 있는 것이나, 이를 ‘시효취득 100년 시효설’로 보면 ‘100년 시효설’ 주장을 배척하는 것은 국제법상 타당성이 없는 것이다.

‘100년 시효설’은 1977년 백산학회 창립 제31주년기념 학술회의에서 필자의 주장에 기원한 것이다(동북아역사재단, ‘간도영유권 100년 시효설에 대한보고’, 08.6.4. p.1). 당시 필자는 그로티우스의 100년 시효기간을 원용하여 “1909년 이래 간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중국은 한국의 항의가 없는 경우 적어도 2009년에는 국제법상 간도의 영유권을 취득하게 된다”고 주장하여 상기 ‘시효취득 100년 시효설’을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동 학술회의에 참석했던 애국적 간도 시민운동단체의 회원에 의해 ‘시효취득 100년 시효설’이 ‘조약무효주장 100년 시효설’로 발전(?)된 것으로 본다. 애국적 간도시민 운동단체의 회원들에 의해 주장되게 된 ‘조약무효주장 100년 시효설’은 소박한 국제법 지식에 기초한 것이지만 한국의 영토인 간도를 찾으려는 숭고한 영토애에 기반을 둔 것으로 높이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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