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으로 들어가기
구중서(1937~  )

들떠서 대문 밖 나서는 하루가
돌아오는 밤이면 뉘우치기 일쑤다
덧없이 서성인 날이 스스로 허전하다

밖으로 나가는 하나의 길이 있다
그것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저절로 세상을 향해 문이 열릴 때까지

[시평]
모든 것에는 안과 밖이 있다. 밖은 왠지 화려하고 그래서 들뜬 세상인 듯하다. 이에 비하여 안은 차분하여 왠지 쉽게 발이 가지지 않는 세계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부분 안보다는 밖으로 나가 도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나 진정 그 밖으로 나가는 길은 안으로 열린 문을 찾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리라.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며, 저절로 세상을 향한 문이 열리듯이, 안으로 향할 때, 진정 밖으로의 문도 열리리라.

그러나 이러함을 깨닫기까지는 아마도 밖으로도, 또 안으로도 수없이 많이 떠돌아야만이 체득할 수 있으리라. 그래서 삶은 또 다른 나의 삶을 향한 나의 체득이며 깨달음의 길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 그것 자체가 어느 의미에서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길이기도 한 것이리라.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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