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제나라 환공은 여자를 좋아해서 많은 애첩을 두었다. 부인 세 명은 아이를 낳지 못했으나 부인 대접을 받는 6명은 모두가 자식을 낳았다. 관중이 살아생전에 환공은 그와 상의하고 정희가 낳은 아들 소를 태자로 세우고 송나라 양공에게 그 뒤를 부탁했었다. 그런데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제나라 신하인 역아는 진작부터 환공의 부인 중 장위희에게 충성을 보였다. 또한 항상 환관인 수조를 통해서 선물을 계속 바쳤기 때문에 환공의 환심도 사고 있었다. 그 역아가 환공을 마음을 바꾸게 해 장위희의 아들 무궤를 태자로 내세우도록 했던 것이다.

관중이 세상을 떠나자 5명의 공자들은 모두 자기가 태자가 되려고 일을 꾸몄다.

환공 43년 겨울 10월 을해 날에 환공이 세상을 떠났다. 그러자 역아는 곧 궁궐 안에 들어가서 수조와 손을 잡고 환공 애첩들의 안내를 받아 수많은 대부들을 죽이고 장위희의 아들 공자 무궤를 왕으로 즉위시켰다.

그때 태자 소는 송나라로 망명했다.

무궤를 비롯해서 5명의 공자들은 환공이 병환 중에 있을 때 각기 나름대로 파벌을 만들어 왕위 다툼을 시작했고 막상 환공이 세상을 떠나자 무력 투쟁으로 발전했다. 말하자면 궁궐 안에는 그들을 통제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환공의 입관은 문제조차 되지 않았다. 환공의 유해는 침실에 그대로 방치된 상태였다.

그 해 12월에 무궤가 즉위하고 나서야 겨우 입관을 하고 상을 치렀다. 환공을 매장한 것은 12월 신사날 밤이었다. 그가 죽은 지 67일째 되는 날이었다. 입관을 할 즈음에는 시체에서 구더기가 침실 밖으로 기어 나와 들끓을 정도였다.

환공에게는 10명 이상의 아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5명이 왕위 다툼을 벌였던 것이었다. 무궤는 즉위했으나 3개월 만에 죽었으며 시호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의 뒤를 이어 효공, 소공, 의공, 혜공의 순서로 계속되었다.

효공 원년 3월 송나라 양공은 제나라에서 망명 온 태자인 소를 제나라로 보내기 위해 제후들의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갔다. 제나라에서는 겁을 먹고 왕인 무궤를 죽였고 태자인 소를 새로운 왕으로 세우려 했다. 그러나 4명의 공자들이 소를 죽이려고 반격해 왔기 때문에 태자 소는 다시 송나라로 도망했다. 결국 송나라와 제나라의 4공자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다. 5월에 송나라는 제나라의 4공자의 연합군을 무찌르고 태자 소를 왕으로 즉위시켰다. 효공이란 이 군주를 말한다.

송나라 양공이 출전한 것은 환공과 관중에게 태자의 뒤를 돌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와 같이 제나라에서는 나라 안의 혼란이 계속됐기 때문에 환공의 장례식도 미루어진 것이었다.

관중은 영수 부근에서 태어났다. 포숙과 어릴 때부터 친구로서 그들은 무엇을 하든 행동을 같이했다. 벌써 그 무렵부터 포숙은 관중에게 뛰어난 재능이 있음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관중의 집은 몹시 가난했고 그 때문에 곧잘 포숙을 속였다. 그러나 포숙은 그러한 괴로움을 하나도 드러내지 않고 끝까지 우정을 저버리지 않았다.

이윽고 포숙은 제나라 소백을 돕게 되었고 관중은 공자 규를 돕게 되었다. 소백이 즉위하여 환공이 되자 군주의 자리다툼으로 규는 죽음을 당했고 관중은 갇히는 몸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포숙은 관중을 등용하고자 환공에게 제의했고, 관중을 등용시킴으로써 환공은 패자로 군림할 수가 있었다. 환공이 제후들을 모아 천하를 하나로 뭉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관중의 수완에 의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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