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딕 베스(Richard D. Dick Bass)는 미국의 석유, 목장, 리조트 사업가였지만 산악인으로 더 유명하다. 그는 50대 들어 산악인으로 변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고된 훈련과 반복된 실패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굴하지 않았다. 1983년부터 1985년까지 마터호른, 아콘캉구아, 킬리만자로, 엘브루스, 빈슨, 코스시우스코, 맥킨리, 에베레스트 정상까지 밟아, 세계 최초 7대륙 최고봉 등정, 최고령 에베레스트 등정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때 그는 55세였는데, “인간은 쉬운 싸움에서 이기는 것보다 어려운 싸움에서 패배하면서 비로소 성장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자신의 저서 ‘미래로 가는 길’에서 이렇게 말했다. “실패한 기업에 몸담은 경력이 있는 간부들을 의도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실패할 때는 창조성이 강조되기 마련이다. 밤낮없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을 주위에 두고 싶다. 앞으로 마이크로소프트도 반드시 실패를 겪을 테지만, 난국을 타개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빛을 발할 것이다.”

로마가 강력한 제국으로 번영할 수 있었던 것은 실패에 대한 관용과 재기의 기회 제공 덕분이었다. 장수가 전쟁에서 나가 지고 돌아오더라도 죽이거나 벌을 내리는 대신 다시 한 번 더 싸울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실패를 해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되고 다음에 싸울 때는 그것을 승리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실제로 많은 장수들이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었고 그것을 통해 승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전쟁에서 지면 곧 죽음이라는 동양식 사고와는 정반대였다.

월마트 창업자인 샘 월튼은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이 미처 손을 대지 못한 작은 도시에 상점을 열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고 그것이 적중했다. 틈새시장 공략으로 성공을 했지만 이후에도 많은 난관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행착오와 실패가 이어졌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월튼 회장은 자신이 실패를 통해 지혜를 얻고 성공할 수 있었다고 믿었기 때문에 실수하거나 실패한 직원들을 가혹하게 대하지 않았다. 대신 실수나 실패 사례를 공개하고 다시는 되풀이 하지 않도록 했다. 직원들의 실수나 실패를 회사 발전을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한 것이다. 그는 실패에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웠으며 실패를 통해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세계적 디자인 회사인 미국의 IDEO의 창업주 데이비드 켈리는 “빨리 실패하라. 그러면 더 빨리 성공할 것이다”라고 말했고, 리처드 파슨과 랄프 키즈는 ‘실패의 성공학’이란 책을 내고 “실패를 즐기는 사람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했다. 일본의 혼다 기업을 세운 혼다 쇼이치로 회장도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다. 혼다는 그런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패가 실패로 끝나 버리는 것이야말로 진짜 실패다. 넘어지고 깨지더라도, 다시 털고 일어서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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