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2015년에도 우리 정부는 과거와 달리 대북전략에서 저자세를 벗어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원칙을 가지고 대응할 것으로, 단기적인 대화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북한이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기를 기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정부는 남북 간의 작고 쉬운 문제부터 풀면서 크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자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방향대로 이산가족 상봉문제와 금강산 관광문제 등을 주고받는 식(give & take)의 우선 협의를 추진하겠지만, 북한이 남북 간 근본적인 불신 원인인 북핵과 미사일 개발문제에 따른 안보위협을 전격적으로 해결하기 전에는 남북관계의 전망이 결코 밝지 않다.

한편,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반관반민의 이른바 ‘1.5트랙 대화’가 지난 18~19일 싱가포르에서 소니 해킹사건 이후 북미관계, 북핵문제 등을 의제로 비공식적으로 열렸다. 북한 측에서는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이 나섰고, 미국 측은 스티븐 보즈워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조지프 디트라니 전 국가정보국 비확산센터 소장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실제 지난 2년 동안 베를린과 런던·몽골에서 잇따라 북미 사이 1.5트랙 접촉이 이어져 왔지만 성과가 없었던 점을 들어 이번에도 북한 김정은 정권의 대내선전용 접촉으로 끝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북핵문제를 의제로 거론하겠다고 별렀으나, 북한의 대응에 융통성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새해 들어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전제조건으로 핵실험을 유예하겠다며 전제조건의 대화를 제의했지만, 이것은 전형적인 위장평화전술이라는 것을 다 알 수 있는 하책(下策)이다. 2월에 실시할 키리졸브 훈련은 과거 팀스피리트 훈련을 계승한 연합훈련이고, 한-미동맹의 합의 선상에서 이루어지는 방어훈련이다.

과거 1994년 북·미 핵협상을 시작하면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분위기 조성으로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단했던 선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북한의 회담 지연전술에 말려들어 지금까지 해결의 실마리도 못 찾고 오히려 북한의 3차에 걸친 핵실험까지 시간을 벌어준 꼴이 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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