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단 70년을 맞은 올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종교가 갈 길에 대해 지난 16일 천지일보 세미나실에서 천주교, 개신교, 불교계 대표 인사를 모시고 신년대담을 가졌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종교가 갈 길

한반도 통일 위해 필요한 것
“통일 의미에 대한 국민적 합의부터
두 견해를 하나로 합치는 노력해야
통일문제 정치적 대결구도 벗어야”

평화무드 어떻게 조성할까
“한국역사부터 바로 이해하고 대화
한 사람으로 시작해 전체로 퍼져가
선현들 삶의 지혜 품앗이 확산해야”

종교적 측면 해결방안은
“불교, 공감대 찾고 중도성서 찾아야
종교 힘 발휘, 민족동질성 회복해야
종교부터 깨진 신뢰 회복, 실천해야”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올해는 광복 70주년이기도 하지만 분단 7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대박’을 외치며 통일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고, 신년 초부터 남과 북은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분단 70년을 맞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이루기 위한 실제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본지는 통일로 나아가기 위한 해법은 무엇이고, 그에 따른 종교인의 역할은 무엇일까 고민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16일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각 종교계를 대표해 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 박영규 목사, 능해스님, 천혜인스님과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종교가 갈 길’이란 주제로 천지일보 세미나실에서 신년대담을 가졌다. 천지일보 이상면 사장이 사회를 맡았다. 이들은 종교인이 먼저 ‘실천’하는 여러 방안을 제시하며 통일에 대한 희망과 기대감을 높였다.

▲이상면(사회)= 올해는 청양(靑羊)의 해다. 청양은 평화를 상징한다고 얘기들 한다. 그래서인지 2015 을미년은 시작부터 기분이 좋다. 한편으로는 올해는 광복이 된 지 70년, 분단 70년, 유엔 창설 7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미를 갖고 있는 새해 벽두에 이번 포럼을 갖게 돼서 의미가 깊다.

―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가.

▲최창섭(최)= 흔히 ‘통일’이라고 하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말하며 서로 손잡고 눈물 흘리는 장면을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통일’을 말하고는 있으나 동상이몽을 한다는 것이다. 남북이 의미하는 ‘통일’의 의미가 다르다는 데 문제가 있다. 남한에서도 각자가 생각하는 통일의 의미가 다르고, 북쪽도 마찬가지다. 의미가 다르기에 가는 길이 다르고 접근방법이 다르다. 우리가 당연시 여기고 있는 ‘통일’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먼저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과연 통일을 했을 때 우리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좀 더 구체적인 통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통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와 닿지가 않는다. 내가 할 일이 아닌 남이 할 일, 정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국민 각자가 통일에 대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생각할 수 있는 통일이 돼야 한다.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이 있어야 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어야 한다. 그 공감 작업을 종교계, 언론계가 해야 한다.

▲ 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
“왜 통일해야 하는지 공감 작업부터
공감·감동·느낌 하나된 통일교육”

▲능해스님(능)=
통일에 대해 서로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고 하는데, 나는 다르다고 틀린 것은 아니라고 본다. 두 견해를 하나로 합치는 ‘화쟁사상’으로 본다면 다툼을 지양하고 상생을 향해 나아간다면 통일이라는 것이 좀 더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분단 70년인데 통일에 대해 준비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70이라는 숫자가 작은 숫자가 아니다. 강산이 7번 변하는 시간이다. 아직도 분단국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통일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박영규(박)= 지난 1991년 10월, 대한민국과 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 국제사회에 편입되는 것을 대한민국이 주체적으로 이끌었다는 데서 이 날을 큰 분기점으로 본다. 남쪽에서 먼저 선도적인 계기를 마련해야 했다. 한국이 주체가 되어 통일을 이끌어 가야 할 해가 아닌가 싶다. ‘통일대박’을 외치는 정부에서 이제는 통일문제를 정치적인 대결 구도나 국제적인 연관관계로 보지 말고 큰 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천혜인스님(천)= 통일은 일체유심조(一體唯心造), 각자의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나는 ‘자비사상’을 말하고 싶다. 자비로울 때는 적도 없고 아군도 없고 하나 되는 상태에서 통일이 된다. 그렇게 된다면 통일은 멀지 않았다. 분단 70년이 되는 해에 이런 포럼을 마련한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통일대박’으로 가는 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최= 역설적으로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달라야 한다. 단추와 단춧구멍이 서로 만나는 것이지 단추끼리는 만날 수 없다. 통일이 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다변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름 속에서 하나를 향해 가는 것이다. 같은 것을 강조하다 보니 “난 너와 달라” 하면서 하나 되지 못한다. 좌우니 보수·진보니 갈라서며 배타적으로 가지 말고 다름 속에서 결과적으로 하나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 연초에 프랑스 테러로 세계 지도자들과 시민들이 모여 분쟁이 없는 평화세계를 원하는 시위를 했다. 평화무드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걸 보았다. 어떻게 한반도 통일을 위한 평화무드 조성을 할까.

▲박= 신라가 통일을 했을 때 실크로드의 완성점이었다. 신실크로드 문명을 개설하자면서 경주부터 터키의 이스탄불까지 대장정이 이뤄졌다. 이것이 평화대행진의 쾌거가 아닌가 한다. 동양의 사상은 서양과 다르다. 평화적 진보사상이 역사적으로 형성됐다. 대한제국 때도 전 세계에 평화사상을 선포한 나라가 우리나라다. 개인적으로 기독교 교수이고 목사지만 한국의 역사를 바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단군학회를 만들었다. 평화사상을 북한이나 남한 모두 싫어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평화무드를 만들려면 출구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2002년에 북쪽의 단군릉에 대해 객관적으로 조사해서 발표했다. 학술교류가 처음이었는데 상당한 대화가 된다는 걸 알았다.

▲ 박영규 예슈아신학대학 명예총장. ⓒ천지일보(뉴스천지)
박영규 예슈아신학대학 명예총장
“종교의 힘 대단, 南쪽이 발휘해야
종교, 한민족 동질성 찾는 교두보”

▲천=
평화무드는 각자의 마음에서 나온다. 한 사람이 만들어 전체로 퍼져나갈 수 있다. 대자대비 사상이 기독교의 사랑과 통한다고 본다.

▲최= 우리 선현들의 삶의 지혜에서 시작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내 것’이라고 말하지 않고 ‘우리 것’이라고 말한다. 함께 더불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것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품앗이’다. ‘품앗이’에서 ‘두레’로 가고 ‘대동’으로 가면서 ‘홍익정신’으로 이어진다. 품앗이를 생활화·확산시켜야 한다.

지난해 세월호 사건과 올해 어린이집 폭행 사건 등을 볼 때 우리 사회에 인성이 무너졌다. 인성이라고 하면 자꾸 학생들만 생각하는데 어른부터 인성이 중요하다. 세월호 참사나 어린이집 폭행 모두 어른의 잘못이었다. 인성을 되찾아야 한다. 미사 때 ‘내 탓이오’를 세 번 외치는데, 교회를 나오면 ‘네 탓’이 되고 만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상생의 풍토를 만들어 가면서 남북 간에 통일과 평화를 강요하지 말고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평화의 마음을 갖도록 하자.

▲ 한일불교교류협회 이사 능해스님. ⓒ천지일보(뉴스천지)
한일불교교류협회 이사 능해스님
“다툼 지양하고 상생으로 나아가야
공감 형성 위해 통일대장정 필요”

▲능= 불교의 ‘보시사상’ 기독교의 ‘박애사상’ 유교의 ‘인(仁) 사상’이 하나로 합쳐지면 통일이 훨씬 더 앞당겨질 것 같다. 지난 2012년에 중국 강소성에서 열린 한중일불교대회에 참석해 한국불교를 대표해 발제한 적이 있다. 이 때 느낀 점은 종교인들마저 경직돼 있다는 것이다. 열린 마음이 돼야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세계평화도 요원할 뿐더러 종교인부터도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청와대에 초청돼 갔을 때도 우선 종교인들이라도 남북이 내방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하면, 통일 분위기도 만들고 국민을 하나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서로 마음을 열어야 상대를 받아들일 수 있다.

― 독일 통일 선례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 통일의 근본적 동기는 국민들의 통일 열망이었고, 보이지 않는 종교의 힘이 있었다. 교회에서 열린 월요일 촛불집회가 명분이 돼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이어 독일 통일이 이뤄졌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필요성을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느끼고 있을까.

▲최= 한국전쟁 당시 유엔 16개국에서 우리를 도와줬다. 그들을 위해 ‘땡큐레터(Thank you letter)’를 쓰고 사절단을 파견했다. 이때 꼭 데려가는 것이 초중고 학생들이다. 아이들에게 우리 역사를 상기시키고 “너희들이 주인공이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참전용사와 악수하고 헌화하게 시킨다. 그러면 아이들이 역사를 감성으로 느낀다. 통일은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기성세대에게도 아이들에게 주입식으로 교육하지 말라고 한다. 통일교육은 필수다. 아이들이 정말 마음으로 와 닿을 수 있게 ‘공감, 감동, 느낌’ 3박자가 하나가 된 통일교육을 해야 통일의 필연성을 느낀다.

▲능= 통일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국민들도 IMF를 겪으면서 몸을 사리게 됐다. 젊은 사람들도 통일에 관심이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아니다. 역사를 잘 모르는데 무슨 관심이 있겠나.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국가와 종교인들이 통일대장정을 해야 한다. 휴전선 공동화 지역에 평화통일공원을 조성하는 것 등, 사회와 종교계가 나선다면 통일에 한 발짝 더 다가서지 않을까.

▲ 범민단나라바로지키기본부 공동총재 천혜인스님. ⓒ천지일보(뉴스천지)
범민단나라바로지키기본부 공동총재 천혜인스님
“통일은 일체유심조, 마음먹기 달려
물질지원 아닌 영성으로야 가능해”

▲천= 정말 통일의 필요성을 안다면 젊은 세대의 교육이 중요하다. 영성으로, 혼으로, 가슴을 울리며 전이되게 할 수 있는 그런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민 인식을 깨우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스님들이 삼보일배를 해서 국민들에게 통일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필요하다.

― 종교의 이념이 평화 아닌가.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테러나 분쟁으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원인이 종교에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도 종교적인 측면에서 접근해볼 필요는 없겠는가.

▲능= 상생과 화쟁사상은 불교의 중도 사상에서 나온다. 중도는 중용과는 다른 양쪽을 다 포함하는 것이다. 극단적인 것을 지양한다. 불교계 입장에서 볼때 통일에 대한 모든 것은 함께 갈 수 있는 공감대를 찾고 중도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박= 1989년 폴란드에서 열린 세계과학자대회에 참여했을 때 일이다. 폴란드의 중심은 가톨릭이다. 120년간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지만 폴란드 교회에서 모국어를 가르쳐 지켰다. 종교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기독교 전통이 정착해서 교회에서 모든 것을 가르쳤다. 종교의 힘은 대단하다.

세계적인 종교국가로서 우리나라가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4개 종교의 융합, 종교적 통합세대, 종교적 다원성을 볼 때 남쪽이 종교의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종교의 힘이 한민족의 동질성을 찾는 교두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종교의 힘을 통합하는 힘을 천지일보가 하고 있다고 본다.

▲최= 독일은 통일을 위해 ‘스텝 바이 스텝’ 하나씩 준비를 해왔다. 우리 사회는 말이 앞서는 사회, 말만 많은 사회다. ‘Think it, Talk it, Act it’ 즉,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데 우리는 ‘Talk’만 한다는 외국의 비판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본래 선비문화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나라다. 선비문화는 앞장서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일제가 우리 선비문화를 왜곡시켰다. 종교가 할 일은 믿음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믿음의 회복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픈 점이 믿음이 깨진 것이다. ‘돈을 잃으면 많은 것을 잃은 것, 친구를 잃으면 더 많이 잃은 것, 믿음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은 것’이란 말이 있다. 우리 사회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신뢰가 깨져버렸다. 종교가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넘버원’이 되라고 가르치는 교육에선 어떻게 남을 믿고 배려할 수 있겠나. 한 사람 한 사람 개성을 존중하고 그 사람에 맞는 맞춤교육, ‘온리원(Only One)’ 교육이 돼야 각자가 다 넘버원이 된다. 종교도 실천이 돼야 한다. 가톨릭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 탓이오’가 구호만 아니라 실천이 돼야 한다. 평화가 뭘까, 어떻게 평화를 만들어야 할까 고민해야 한다.

▲사회= 평화를 이루는 데는 종교의 역할이 크다. ‘종교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도 있다. 종교가 살아나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 남남(南南)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서 어떻게 남북 갈등 해결을 이야기할 것이냐는 지적이 있다. 갈등 해결에 종교계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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