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20일 전북 전주시 오펠리스웨딩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고위원 오영식, 정청래, 박우섭 후보, 당대표 문재인, 이인영, 박지원 후보, 최고위원 주승용, 유성엽 후보. (사진 출처: 연합뉴스)

지역감정 공방에 총선 패배 책임론 제기
당내 우려 목소리 “혁신 경쟁으로 돌아갔으면”

[천지일보=정인선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2.8전당대회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정책이나 비전 대결은 없고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문재인·이인영·박지원 당 대표 후보는 19일 전북 지역에서 합동간담회를 연 뒤 전주에서 두 번째 방송토론회를 갖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특히 문재인·박지원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참여정부 시절 진행된 대북송금 특검 등 민감한 사안을 두고 사사건건 충돌했다.

먼저 박 후보는 “대북송금 특검 때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끝까지 지켰다”며 “반면 문 후보가 ‘김 전 대통령이 특검에 대해 이해했다’고 했는데 이는 거짓말”이라고 공격했다.

그러자 문 후보는 “네거티브를 하지 말라”며 “김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할 때 ‘내 몸의 절반이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결국 다 이해했고, 두 대통령은 한몸”이라고 반박했다.

두 후보는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박 후보는 “문 후보는 노 전 대통령 때에는 ‘지금은 부산정권’이라더니, 왜 호남에 와서는 자신을 호남의 적자라고 하나”라며 “또 왜 박지원을 향해 호남표만 있다면서 지역구도를 만드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사실이 아닌 말을 한다”고 반발하면서 “제가 ‘아’한 것을 ‘어’했다고 왜곡하는데 관록이 대단하다. 재밌는 표현으로 밀어붙이니 감당이 안 된다”고 받아쳤다.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을 두고도 어김 없이 공방을 벌였다. 문 후보는 “친노·비노 계파 논란을 없애고 투명한 공천을 하겠다”고 약속하자 박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친노가 다 공천했다. 문 후보가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잘 안다”고 공격했다. 문 후보는 “전대에서 친노·비노라는 단어를 그만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다크호스로 떠오른 이인영 후보는 두 사람에게 비친 스포트라이트를 자신에게 끌고 오기 위해 두 후보와의 차별화를 외쳤다. 또 문 후보와 박 후보가 이 후보에게 손을 내밀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문 후보는 “이 후보의 힘으로 당을 바꾸는 것은 역부족이니 이번엔 저와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상속된 재산이 아닌 창업자의 길을 가겠다”며 거절했다.

전당대회 난타전이 가열되자 이에 대한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날 유인태·강창일·노웅래 의원 등 13명은 ‘계파와 지역주의를 뛰어넘는 혁신전대를 준비하는 의원들의 모임(오금모임)’을 발족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빅3’ 불출마를 촉구하는 성명을 낸 의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금모임은 ‘오더(order) 금지 모임’의 약자로, 관행으로 굳어진 지역위원장의 줄세우기 행태를 근절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치를 말하는 대학생 강연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합동연설회에서 혁신보다는 서로에 대한 공격들이 많았던 것 같다”며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런 분위기 아닌 것 같다. 혁신 경쟁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 대표가 되려면 오른팔을 자를 각오가 필요하다’는 발언에 대해 “어느 분이 당 대표가 되더라도 그 정도 각오를 가지고 변화와 혁신을 해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취지”라며 “지금까지는 선언 정도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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