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일곱 살배기 준석(가명)은 지금 친구와 대화중이다. 그런데 그 친구는 엄마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엄마는 아이가 중얼중얼하면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렇다면 아이는 과연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바로 ‘상상 친구(imaginary friend)’가 아이의 대화 상대였다. 사실 상상 친구는 아이가 자라나면서 겪을 수 있는 정상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어느 연구에 의하면 만3세부터 만10세까지의 어린이들 중에서 절반이 경험을 해 봤다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 만12세까지는 저절로 사라진다. 간혹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가장 많이 나타나는 시기는 학교 들어가기 전인 만 5~6세경으로 주로 평균 이상의 지능을 가진 아이들에게서 보인다. 상상 친구는 대부분 사람의 형태지만, 장난감이나 인형 등의 사물로도 가능하고, 이 경우 대부분 아이가 생명을 불어 넣어서 생각한다.

아이들이 이러한 상상 친구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상 친구의 의미와 중요성은 여러 가지가 있다. 상상 친구는 대개 친밀하고, 외로움을 달래 주며, 불안과 걱정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심심하거나 외로움을 느낄 때 또는 걱정거리가 있거나 마음이 불안할 때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상상 친구를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가 웅얼웅얼 혼잣말을 하고 있으면 걱정할 수밖에 없으므로 아이를 윽박지르거나 상상 친구를 무시하는 말을 한다. 아이는 당연히 상처를 받을 것이다. 따라서 엄마는 아이의 상상 친구를 인정해 주고 함께 존중해 주자. 아이에게 상상속의 친구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해서 엄마도 상상 친구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현재의 상상 친구와 함께 실제 생활 속의 친구들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도와준다. 상상 친구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결국 실제 친구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상상 친구의 특징을 잘 살펴보면 아이의 성향을 미루어서 짐작할 수 있다. 먼저 로봇이다. 아이는 강하고 힘이 센 친구를 두고 싶은 것이다. 주로 남자아이들이 많이 갖고 있다. 아이도 힘이 세지고 싶은 마음이 많다. 혹은 자신이 약하다고 생각하므로 자신을 보호해 줄 로봇이 필요하다. 동물인 경우는 외로움을 달래 줄 친한 친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두려워하거나 또는 부끄러움을 타는 특성이 있다. 사람보다 동물을 더 편안하게 여기고 있음이다.

그러나 귀여운 동물이 아니라 사자나 호랑이 등의 힘센 동물이라면 무서움을 잘 타는 아이로서 자신을 지켜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보다 작고 어린 상상 친구를 가진 아이는 보호해 주고 싶은 마음과 지배하고 싶은 마음으로 나뉜다. 보호해 주려는 특성은 주로 엄마를 동일시하여 엄마처럼 되고 싶은 아이라고 볼 수 있다. 지배하고 싶은 특성은 주로 형이나 언니에게 맞거나 무시당하는 경우 자신도 동생을 그렇게 하여 적대감이나 분노를 해소하고자 하는 동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자신보다 크고 나이 많은 상상 친구를 만든 아이는 보호받고 싶은 마음과 빨리 크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자신이 약하다고 생각하거나 형이나 언니로서 동생을 보살피는 것이 힘들어서 자신도 보살핌을 받고 싶어 한다. 또는 부모의 지시나 과제 부여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으로 인해서 빨리 크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반대 성의 상상 친구를 가진 아이다. 현재 성에 대한 정체성의 불만족 또는 불일치 가능성이 있다. 아이는 반대 성의 특징을 더 좋아하거나 실제로 추구하고 있다. 특히 부모가 이를 억압해서 반대 성의 친구를 사귀지 못하게 하는 경우 상상 친구를 통해서 이를 대신한다.

상상 친구는 크는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부모가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아이의 상상 친구에 대해서 잘 알고 이해하면, 우리 아이를 보다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잘 키울 수 있으므로 좋은 계기로 활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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