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북한이 새해 들어 미국에 대해 核 대 核을 주장하며 다각적인 외교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이 부분을 김정은 정권의 중국에 대한 변화된 ‘러브콜’로 규정짓고 싶다. 다시 설명하면, 북한은 중국이 원하는 동북아의 안보에서 미국 견제의 한 모퉁이를 맡아 나서며 점수를 따고 그 여세를 몰아 김정은의 중국 방문을 성사시키겠다는 것이다. 물론 평양 정권의 자업자득이지만 근래의 쌀쌀한 북-중관계는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시진핑 주석과 이커창 총리는 집권 후 40여 차례의 해외순방을 했으나, 동아시아에서는 일본과 북한만 방문하지 않았다. 북한 역시 국제적 고립 탈피를 위해 이수용 외무상의 유엔총회 참석, 강석주 당 국제비서의 유럽 4개국 순방,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러시아 방문 등 최고위급의 외교행보가 잇달았으나 중국 방문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2014년 7월 북중 우호조약 체결 53주년 기념행사와 10월 북중 수교 65주년 기념행사가 취소됐고, 북중경협의 상징인 신압록강대교의 연말 개통도 무산됐다.

이처럼 최근 북-중관계가 냉각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북중 간 전략이익의 핵심인 북핵 문제와 관련된 양국의 인식과 정책상의 갈등이다. 중국은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발사와 핵실험이 자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하고 역내 영향력 확대에도 제약을 가한 것으로 인식했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등 이전과 다른 행태를 보여주었다. 여기에 3차 핵실험 이후 중국 내에서 나타난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증대되면서 중국정부는 ‘비정상적인’ 북한에 대한 입장과 정책 변화를 모색해야 했다.

반면, 북한 김정은 체제는 핵무력건설 경제건설 병진노선을 선언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을 천명한 상태에서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에 대해 ‘대국주의자’ ‘천년 숙적’으로 비난하는 등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난 해결과 중국 의존도 탈피 및 국제적 고립 해소 등을 위해 일본과 러시아 등에게 다가가는 ‘배반의 정책’ 서슴지 않았다.

둘째, 최근 중국의 강대국으로서의 정체성 변화 역시 북중관계가 냉각된 중요한 요인이다. 새롭게 출범한 시진핑 지도부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제시하고, 강대국으로서 위상과 지위에 걸맞는 대외정책을 추진할 것을 천명했다. 이를 위해 ‘평화 발전(和平發展)’ 전략 유지와 핵심이익(Core Interest) 수호를 동시에 강조하고, ‘친밀(親) 성실(誠) 호혜(惠) 포용(容)’을 키워드로 하는 주변국외교도 중시하고 있다.

이처럼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영향력을 고려해 ‘국제적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북한 편들기’식의 편협한 대북정책을 고수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중국이 최근 미국을 겨냥해 제기한 ‘신형대국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시금석이라 할 수 있는 북핵문제 해결이 답보상태에 있다는 점에서 북중관계의 일시적인 냉각기는 불가피했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은 북한과 정상적인 국가 간 관계로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고, 이는 곧 북한의 중국에 대한 불만 내지는 불신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평양발인지, 아니면 베이징발인지 소스가 분명치 않지만 상반년도 안에 김정은이 베이징을 방문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때를 같이해 북한은 미국에 대해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임시중단과 핵실험의 임시중단이란 다소 파격적인 딜을 제안했다. 지난 연말 쿠바와 미국의 국교정상화에서 김정은은 커다란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핵 레버리지 없이도 미국과 국교정상화를 달성하는 쿠바의 모습은 김정은에겐 가장 부러운 롤모델이 아닐까. 핵을 포기하는 쪽으로 나가면 미국과의 국교정상화는 물론 중국과의 갈등도 일순간에 풀 수 있는데…. 너무 북한을 나이브하게 평가한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한 논지이지만 그것은 북한 정권과 우리 모두의 희망사항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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