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노사가 지난해 9월 29일 올해 임금협상 잠정안에 대한 협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현대차 측이 사실상 승소를 거뒀다. 이에 노조 측은 항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부장 마용주)는 현대차 노조원 23명이 상여금과 휴가비 등 6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2명의 근로자에게 지급된 상여금만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옛 현대자동차서비스 소속이었던 유모씨 등 2명에게만 지급하라고 선고했고, 나머지 청구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옛 현대자동차 서비스 출신 근로자들은 3사 통합 당시 ‘15일 미만 근무자에게는 상여금을 주지 않는다’라는 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고, 소정의 근로만 제공하면 상여금을 받아온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상여금이 실적 등과 무관하게 고정적으로 지급됐다는 것을 뜻해 통상임금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23명의 소송자 중 현대차서비스(현 영업/정비부문) 정규직 출신 2명은 최근 3년간의 차액인 389만원과 22만원을 추가로 지급 받게 됐다. 전체 조합원 4만 6000여명의 11%인 5700여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에 현대차 측은 “이날 법원 안팎에서는 현대차 통상임금 소송의 결과를 두고 ‘사실상 회사 승소 판결’이라고 평가한다”며 “이번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 논쟁을 조기에 해소할 수 있는 기준점이 마련된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비효율적인 현 연공서열식 임금체계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선진임금체계 수립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도 환영의 반응을 보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그간 하급심에서 대법원의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엇갈린 판결을 내렸던 것과 달리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명확히 밝힌 것으로 존중한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최근 일부 하급심의 일관성 없는 판결로 야기될 수 있는 소송 확산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 측은 이번 판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특히 법원이 일부 조합원들에게만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적용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내주 내부 논의를 거쳐 항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 측도 이번 판결에 우려를 나타냈다. 민노총은 “현대차 4만명 노동자 중 4명만이 상여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고정성) 조항을 들어 통상임금성을 부인한 이번 판결은 억지 형식논리”라고 비판했다.

앞서 노조는 2013년에, 사례별로 대표자 23명을 선정해 상여금과 휴가비 등 6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달라는 내용으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현대차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현대차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 활동에 이번 판결 내용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미 통상임금 및 임금체계 개편방안 등을 2015년 3월 31일까지 논의키로 하고 진행해왔다. 개선위는 최근 독일, 프랑스 등 해외 선진임금제도를 본보기로 검토하는 등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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