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인간과 가장 친한 동물 중 하나인 개는 뉴스에도 단골로 등장한다. 사람을 물어 죽였다거나 다치게 했다는 반갑잖은 소식도 있지만, 대부분은 즐겁고 유쾌한 내용이다. 먼 곳으로 팔려간 개가 수만 리 길을 되짚어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왔다거나 위험에 빠진 주인을 구해냈다는 기특한 견공 이야기도 많다. 맹인안내견이나 마약 탐지견 등 인간을 위해 애를 쓰는 고마운 개들도 있다.

얼마 전에는 뉴질랜드에서 열린 ASB 클래식 테니스대회에 세 마리의 견공들이 볼보이로 나섰다는 외신도 전해졌다.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인 비너스 윌리엄스와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가 플레이를 펼치자 볼보이 개들은 정해진 자리에 앉아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며 볼에서 시선을 놓지 않았다. 볼이 그물에 걸리면 주저 없이 달려가 볼을 물고 코트 밖을 빠져 나왔다. 관중들에게는 재미난 볼거리를 제공하고 대회 홍보 아이템으로도 활용되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볼보이 견공들은 모두 유기견들이었다고 해서 감동을 더했다.

TV 동물 프로그램에 버려진 개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나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한다. 버림받은 곳에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주인을 기다리는 개들도 있고, 새끼를 몰래 낳아 감춰두고선 먹이를 날라다 먹이는 애틋한 엄마 개 이야기도 있었다. 다른 개를 위해 먹이를 구해 갖다 주는 기특한 개도 있었다. 버려진 다음 산으로 들어가 야생견으로 변해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개들도 있다.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있다. 옛날 한창 더울 때 농사일로 고생을 할 때 나무 그늘에서 늘어져 자고 있는 개를 보면서 ‘오뉴월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을 했을 것이다. 복날이 되면 곧 황천길로 가야 할 팔자일지언정, 사람들 눈에는 개 팔자가 낫다고 여겨졌던 모양이다. 여름철에 일하지 않고 낮잠이나 자고 노는 사람을 ‘오뉴월 개 팔자’라고 했다. 농사일이 오죽 힘들었으면 그런 소리까지 했을까 싶다. 그 시절에는 개가 사람과 함께 방안에 함께 뒹굴며 산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개 팔자도 주인 만나기 나름이다. 부잣집 개는 상팔자 중에 상팔자다. 수십 가지 영양소가 듬뿍 들었다는 영양제는 기본이고, 상어연골치킨말이 껌을 씹으며 도그TV를 본다. 도그TV는 집에 홀로 남겨진 개가 심심하지 않도록 개가 특별히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방송으로, 신청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개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주인이 살을 부비며 함께 보기도 한다. 한 침대에서 같이 잠을 자고 사람 먹는 것과 같이 먹으니 누가 사람이고 개인지 분간을 하기가 어렵다.

스쿨버스를 타고 한 달에 수십만원 하는 유치원에 다니거나 특별 훈련소에 맡겨지는 개들도 있다. 수백만원짜리 건강검진을 받는 개들도 수두룩하다. 애견호텔도 상팔자 개들로 넘쳐난다. 정기적으로 스파를 하고 모발 관리를 하는 덕분에 온몸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고급 수의에 럭셔리 관에 모셔져 마지막 가시는 길도 호사스럽기 짝이 없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사람 팔자가 개 팔자보다 못해서는 안 된다. 개가 잘 사는 세상은 괜찮지만, 개 같은 세상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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