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서울 용산 한남제천헬스장에서 근무 하던 중 응급상황이 발생하자 신속한 응급처치로 생명을 구한 문수란 사원. 10일 원효로 3가 커피숍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15분간 사투, 환자 눕히고 119 신고한 뒤 응급처치
“평소 교육받은 것 몸에 배어, 환자분 깨어나 다행”
“귀찮을 수 있는 반복교육, 헛되지 않다는 것 깨달았죠”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만큼 값진 것은 없을 듯하다. 최근 서울 용산구시설관리공단(이사장 김한영)이 운영하는 한남제천헬스장에서 근무 중이었던 한 직원이 응급상황 속에서 소중한 생명을 구한 것이 알려져 화제다.

소중한 생명을 살린 주인공은 용산구시설관리공단의 문수란(44, 여) 사원. 문씨는 지난 6일 오전 6시 30분경 한남제천헬스장에서 근무하던 중 회원 김모(48, 남)씨가 운동을 하던 중에 쓰러지자 구급차가 오기 전까지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의 신속한 대응을 펼쳐 귀중한 생명을 살렸다.

문씨에 따르면 이날 회원 김씨는 사이클을 20분 정도 이용한 뒤 운동기구 주변 몇 바퀴를 돌다가 거꾸리 운동기구 앞에서 미끄러지듯 쓰러졌다. 문씨는 “그 회원님이 평소에도 아침에 주로 나와서 사이클을 과격하게 이용하시는 분이었는데, 이용하고 난 뒤 평소와는 다른 움직임으로 주변을 돌기에 유심히 지켜봤다”고 그날 상황을 설명했다.

문씨는 전자상가 공영주차창에서 서무직만 7년 근무하다가 작년 하반기 한남제천헬스장으로 발령받아 6개월째 근무 중이었던 사원이었다. 헬스장에선 근무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더구나 오전 6시부터 문을 열어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에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여자로서 당황했을 법한데, 문씨는 평소 공단에서 실시한 응급처치 교육을 받은 게 몸에 배어 있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당황은 했어도 침착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고 말한다.

“정기적으로 실습교육을 받고 있으며, 이론적으로는 한 달에 1번씩 교육을 받고 있다. 특히 작년 보라매안전체험관에서 안전재난 응급 실습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은 것이 도움이 컸다. 평소 반복교육을 받다보니 몸에 배어있었고, 몸이 스스로 순서대로 움직여졌다”고 그는 말했다.

사건 당시 문씨는 실제로 자신에게 응급상황이 닥치자 놀란 마음에 쓰러진 회원의 상태를 확인했고,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동공에 초점이 없고, 의식과 호흡도 없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일촉즉발의 다급한 상황이 눈앞에 전개된 것이다.

이에 그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평소 교육받은 대로 신속히 응급처치를 실시했다. 환자를 안전한 자세로 눕히고 119에 신고한 뒤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서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이태원119안전센터 구급대원과도 계속 통화하며 환자의 상태를 알려주면서 지시대로 행동했다. 거의 호흡이 없었던 환자는 문씨의 심폐소생술 덕분에 재채기하듯 2번 침을 뿜어냈고, 울긋불긋하던 혈색과 호흡이 다소 안정적으로 돌아왔다.

문씨는 “평소 인형만 실습하다보니 못 느꼈는데, 가슴압박을 어느 정도 하다 보니 환자의 호흡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꼈고, 이때부터 호흡을 같이 하며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무사히 깨어날 거란 확신이 들었고, 병원에 입원한 환자분이 사고 다음날 눈을 떴다. 또 곧 퇴원할 거라고 하니 천만다행”이라며 그날의 아찔했던 순간을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문씨가 응급조치를 실시해 환자가 호흡을 찾은 즈음 6시 45분경 119구급대원이 도착했고,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뒤 인근 순천향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해 치료를 받게 했다. 병원 측에서도 만약 심폐소생술의 응급처치가 없었다면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급박했던 15분간의 사투에서 문씨의 침착한 대응이 한 생명을 살리게 된 것이다.

▲ 문수란 사원이 한남제천헬스장에서 당시 사고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문씨는 이날 이후 공단 직원으로부터 많은 격려와 칭찬의 연락을 받고 있다. 이에 문씨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 크게 소문낼 일도 아닌데”라며 겸손해했다.

아울러 그는 “또 동료 직원들이 자신들도 언제 그런 일이 닥칠지 모르니 교육받을 때 더 제대로 집중해서 받아야 되겠다고 말한다. 솔직히 나도 계속 같은 반복교육을 받다 보니 살짝은 귀찮아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반복교육이 헛된 게 아니란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앞으로도 이번 일을 생각하면서 더 진지한 자세로 교육에 충실히 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김한영 이사장은 공단 운영시설 내에서 사고가 발생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가 직원의 신속한 대응으로 무사히 해결되자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김한영 공단 이사장은 “재작년 연초에 수영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던 데다가 작년 세월호 사고까지 있었기 때문에 직원들이 평소 더욱 경각심을 가지고 응급처치 교육을 받도록 했다. 다행히 을미년 연초부터 귀한 한 생명을 살린 직원이 고맙다”며 대견스러워했다.

용산소방서 홍보교육팀 오승훈 대원은 “정기적으로 공단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교육의 효과가 나타나게 됐다니 뿌듯하다. 더 많은 사람이 응급처치 교육으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데 동참하면 좋을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아울러 “심폐소생술로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한데, 119구급차의 신속한 출동을 위해서도 긴급 상황 발생 시 길을 터줄 수 있도록 양보운전 해주신다면 환자의 생명을 더욱 살리는 데 배로 도움이 된다”고 협조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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