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유영선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무구조가 나빠지면서 한진그룹의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산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선 한진그룹이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재무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무너진 다른 재벌그룹처럼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더구나 한진그룹은 지주회사로의 전환으로 올해 7월까지 그룹 순환출자구조 해소 작업을 마쳐야 하는 만큼 재무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재벌닷컴이 2013년 말 기준 국내 10대 그룹의 부채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한진그룹의 부채비율이 2013년말 기준 452.4%로 나타났다. 10대그룹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이는 10대그룹에서 두 번째로 높은 한화그룹 144.8%의 3배에 달한다. 삼성그룹(43.0%)과 포스코그룹(54.3%), 현대차그룹(65.7%), 롯데그룹(65.8%), SK그룹(86.8%), LG그룹(99.4%) 등의 그룹과 비교하면 5∼10배나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삼성·현대차·SK·LG·포스코 등 나머지 그룹들의 부채비율이 2010년 이후 개선되거나 소폭 높아지는 데 그쳤으나 한진의 부채비율은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진그룹의 부채비율은 2010년 248.3%, 2011년 381.9%, 2012년 437.3%, 2013년 452.4% 등으로 불과 3년 사이에 2배에 육박할 정도로 급등했다.

이 그룹의 부채총액은 2010년 23조 9000억원, 2011년 29조 7000억원, 2012년 30조 8000억원, 2013년 32조 4000억원 등으로 3년 새 8조 5000억원이 불어났다.

한진그룹의 재무구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나빠졌다. 당시 재무평가 결과가 기준에 미달한 한진그룹은 2009년부터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재무개선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원활한 구조조정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오히려 재무 여건이 나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은 올해 7년째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재무 관리를 받아야 할 전망이다.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재무 상태는 작년 한진해운 인수로 더 악화됐다.

대한항공의 부채총액은 2013년 말 18조 7000억원에서 작년 9월 말 19조 3000억원으로 6000억원 증가했다. 이 중 차입금은 5조 6000억원으로 9개월 만에 1조 2000억원이 늘어났다.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823.3%에서 837.0%로 13.7%포인트 높아진 데 이어 작년 말 기준으로는 100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재무구조가 나빠진 여파로 신용등급이 지속적으로 강등되자 대한항공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자금 조달마저 어려워졌다.

대한항공은 급한 불을 끄고자 창사 이래 최대인 5천억원 규모로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에 나서기로 했다. 주요 주주인 한진칼 등 자회사들이 대한항공의 증자에 참여하고 조양호 회장 등 오너 일가는 주주명단에서 빠져 있어 부담을 지지 않는다.

이번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결정에도 금융계와 산업계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재무제표가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으면 근본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신평은 칼호텔네트워크와 왕산레저개발 등을 통한 호텔·레저 사업 투자를 강화하는 점이 한진그룹의 재무부담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정석기업-한진-한진칼-정석기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7월까지 해결해야 하는 만큼 추가 자금 부담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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