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손님이 생닭을 고르고 있다. AI여파로 인해 더욱 신중한 모습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문의전화 하루 수십 통
“AI 방송 여파 너무 커”
정부 지시 있을 때까지
가금-가축류 판매 안해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옷 장사를 하던 한 상인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그는 가만히 서서 계속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단골손님이 오지 않을까’하며 기다리고 있던 것. 손님이 없자 그는 힘없이 의자에 ‘털썩’ 앉았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뭔지…. 그 많던 손님이 다 오지 않네.”

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모란전통 시장.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던 이곳이 한산했다. 왁자지껄하는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싸요, 빨리 오세요” “갈치가 오천 원” 손님을 불러 모으는 상인들의 목소리만 높았다. 모란 민속시장은 4, 9일로 끝나는 날마다 열리는 5일 장이다. 상인 1500여명과 전국에서 찾아오는 10만여명이 북적대는 전국 최대의 민속장이다.

최근 모란시장에서는 판매하던 닭에서 고병원성 AI가 발견되는 일이 벌어졌다. 수도권 등지로 확산할 우려가 커지자 상인들의 자발적인 결정으로 장날인 지난달 29일 휴장했다. 개장 이래 50년 만의 첫 휴장이다.

이후 장터 곳곳에 소독과 방역이 이뤄졌고, 지난 4일 재개장했다. 하지만 AI 여파로 가금류와 가축류를 취급하는 가축 상인들은 영업하지 않고 있다.

▲ 지난 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모란전통시장이 재개장 했음에도 한적한 분위기다. 평소 이 시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붐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유점수 모란민속시장상인회장은 “정부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가금류와 가축류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재개장을 했음에도 여전히 AI후유증이 남아있다는 것. 특히 닭 관련 종사자는 더욱 매출 타격이 컸다. ‘통닭’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평소랑 똑같다. 우리는 언론에 아무 대답도 안 한다”며 기자의 질문에 예민해 했다.

‘생닭’을 판매하는 상인은 “일부 손님들은 꾸준히 찾아주고 있지만, 확실히 발걸음이 줄었다. 매출도 절반 이하”라며 “AI 소문이 진짜 무섭긴 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시간이 약이다. 곧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며 힘을 냈다.

유 회장은 “아직도 시장 분위기는 회복되지 않았다. AI 방송 여파가 너무 크다”며 “AI에 관해 묻는 전화를 하루에 수십 통이나 받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수 있게 언론에서도 함께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성남 모란시장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한편 정부는 최근 4년간 구제역과 AI 등 가축질병 대응을 위해 3조원가량의 재정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2011년부터 현재까지 소와 돼지, 닭과 오리 등 가축 살처분 보상금으로 피해농가에 지급한 예산만 1조 8500억원이 넘는다.

이 중 구제역과 AI가 동시에 발생한 2011년의 살처분 보상금은 1조 603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AI 유행으로 닭·오리를 사상 최대인 1500만 마리 가까이 살처분했다.

현재 정부는 예산 제약 때문에 소규모 농가 외에는 농가 자율방역에 맡기고 있는 상태다. 이에 일각에서는 예산을 아끼려다 더 큰 손실이 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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