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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단체 은밀한 거래 ‘기부금 영수증’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지난해 귀속 연말정산이 오는 3월 10일까지 진행되는 가운데 부당한 소득공제를 위해 종교단체와 일부 신도가 허위 영수증을 매매한 혐의로 입건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 종교단체의 투명한 재정운용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대구지검 의성지청은 연말정산용 허위 기부금 영수증을 매매한 혐의로 경북 의성 A사찰주지 B(58)스님을 구속기소했다. B스님은 2011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신도가 아닌 회사원 및 공무원 529명에게 6424만원을 받고 총 20억 4700만원 상당의 허위 영수증 748매를 발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012년에도 대구 수성구 C사찰 주지 D(53)스님이 420억원 상당의 허위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한 혐의로 세무당국의 조사를 받은 후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D스님은 기부금액 500만원당 약 25만원을 받고 허위 영수증을 발급해줬다. 이 영수증을 통해 세금을 부당하게 환급받은 금액은 무려 71억원 상당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부금영수증 불법매매
종교단체 수입지출 감사 어려워

소득공제용 기부금영수증 밀거래
현실 악용해 불법매매 매해 증가

매해 연말정산 기간 종교단체에 돈을 주고 기부금 영수증을 사서 소득공제를 받으려는 시도는 끊이질 않았다.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도 ‘기부금 영수증 삽니다’ ‘기부금 영수증 팝니다’는 제목으로 올린 글이 심심찮게 발견됐다. 그러나 법적인 규제가 강해지며 이제 거래는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세청이 지난해 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덕흠 의원(새누리당)에게 제출한 ‘연말정산 근로자 기부금 표본조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소득분을 연말정산한 근로자 가운데 기부금 공제를 받은 1465명에 대해 표본조사를 한 결과, 81.8%인 1198명이 부당하게 공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 38.7%, 2010년 64.9%, 2011년 78.5% 등 해마다 적발 비율은 꾸준히 증가했다.

국세청은 사상 최초로 허위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준 단체 명단을 공개했다. 기부금단체의 투명성을 높이고 건전한 기부문화를 조성해보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지난달 21일 국세청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불성실 기부금 수령 단체 명단을 보면 허위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한 단체 총 102곳 중 91%인 93곳이 종교단체였다. 그동안 적발된 사례는 많았지만 명단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3년 적발 명단 91% ‘종교단체’

발표 대상은 최근 3년간 허위 기부금 영수증을 5회 이상 발급했거나 발급 금액이 총 5000만원 이상인 단체이다. 또 발급 명세를 작성하지 않거나 보관하지 않은 단체, 출연재산을 3년 내 공익 목적에 사용하지 않은 단체 등으로 1000만원 이상을 추징당한 단체 등이다.

이번에 발표된 명단 중 허위 기부 영수증을 1000건 이상 발급해준 종교단체는 4곳이나 되며 발급 금액이 10억원을 넘긴 종교단체도 5곳이나 나왔다.

국세청은 이들 단체에 가산세를 부과하고 허위 영수증을 발급 받은 신도들에 대해서도 공제받은 금액에 대한 추징금과 가산세를 부과했다.

이 같은 불법을 막고자 일부 종교계에서도 명문화된 공시를 하고 있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사무국은 해마다 전국사찰을 대상으로 허위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있었다. 지난 2013년 4월에도 사무국은 “기부금 영수증의 발급명세(발급대장)를 작성, 보관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발급했을 경우 법적 근거에 따라 가산세를 부과하도록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며 “전국 모든 사찰에서는 부당한 기부금 영수증 발급을 차단하고 투명한 기부문화를 제고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공문을 통해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주의할 사항으로 ▲발급 대장작성 및 이를 사찰에 비치 ▲발급한 기부금 영수증 사본 보관 ▲기부 금액 공란 발급 금지 ▲총무원에 등록된 사찰직인 사용 ▲실제 기부액과 일치하는 영수증 발급 ▲허위 발급 및 영수증 매매사전 예방 등을 적시했다.

그러나 이번 국세청의 발표에 따르면 상당수가 사찰인 것으로 나타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종교단체 기부금 사용 감사 어려워”

일반적으로 교회나 성당 혹은 사찰같은 종교단체에 내는 기부금은 근로소득의 10%한도 내에서 전액 소득공제해 준다.

기부자 입장에서는 소득공제를 할 수 있는 영수증을 싼 가격에 구입하고, 영세 종교단체 입장에서는 부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종교단체가 기부금 영수증을 끊어준다고 해서 바로 적발되는 것도 아니어서 허위 영수증을 발급하는 데 큰부담이 따르지 않는다.

권종인 법무사는 “고액의 기부를 받는다고 종교단체의 소득이 바로 올라간다고 볼 수는 없다”며 “종교단체 기부금의 사용 용도가 대부분 종교용으로 분류돼 실질적인 소득이 증가한다고 입증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처럼 기부금에 대한 감사가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불법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내부 포상 신고제도 등 다른 강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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