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나무
정희성(1945~  )
나무는 그리워하는 나무에게 갈 수 없어
애틋한 그 마음 가지로 벋어
멀리서 사모하는 나무를 가리키는 기라
사랑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나무는 저리도 속절없이 꽃이 피고
벌 나비 불러 그 맘 대신 전하는 기라
아아, 나무는 그리운 나무가 있어 바람이 불고
바람 불어 그 향기 실어 날려 보내는 기라

[시평]
나무는 한 자리에서 태어나 죽는 그 날까지 그 자리를 지키며 살아간다. 그래서 그리움이 있어도 그 그리움 곁으로 다가갈 수가 없다. 그래서 다만 가지나 뻗어가고, 바람결에 향기나 날리며 서 있는 것인가. 그러나 이렇듯 그리움의 곁으로 갈 수 없는 것이 어디 나무뿐이겠는가. 두 다리를 가지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사람들도 실은 그 나무와 같이 그리운 곳, 그리운 사람에게 가지 못하고, 그 자리를 맴이나 돌며, 마음 애태우며 살아가는 경우 또한 많이 있다.

그래서, 그래서 가지 못하는, 갈 수 없으므로, 더욱 그리워하는 마음, 가지만을 속으로 뻗어가고, 속절없이 마음 속 꽃이나 피우며, 또 그 마음 전할 길 없어 별 나비나 불러들이고, 아아 속절없어 다만 불어오는 바람에 향기라도 실려 보내며.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 또한 많이 있다. 그리운 곳에, 그리운 사람에게 갈 수 없어 마음 태우며 서 있는 것이, 지상에 뿌리를 내리고 서 있는, 어디 저 나무들뿐이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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