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작년 여름 멕시코의 좌파 정당인 민주혁명당이 2년마다 결혼 계약을 갱신하는 법을 만들자고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결혼을 한 커플은 2년이 되면 다시 결혼계약을 연장하거나 파기하자는 것인데, 어느 한 쪽에서 재계약을 거부하면 부부관계는 저절로 깨지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혼을 위한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용도 들지 않고 골치 썩을 일도 줄어들게 된다.

멕시코에서도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게 2년제 계약 결혼 주장의 배경이다. 하지만 천주교를 중심으로 한 보수적인 사람들은 윤리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실제로 결혼 갱신제도 주장이 받아들여져 현실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럴듯한 생각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우리도 1950년대에 비해 무려 13배 이상 이혼율이 증가했다. 결혼할 형편이 안 돼 할 수 없이 혼자 살거나 결혼을 했다가도 마음이 맞지 않아 일찍 이혼하는 커플도 많지만, 늘그막에 갈라서는 황혼 이혼도 큰 문제다. 재혼을 한 부부가 또다시 갈라서는 경우도 많다. 이혼 전문 변호사 등 이혼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사실 결혼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엄격한 계약관계다. 사랑과 믿음 같은 아름다운 가치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 결혼이라고 하지만, 부부가 충실하게 각자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계약이 깨질 수 있는 것이다. 결혼을 너무 낭만적으로 생각하고 결혼식 때의 달콤한 순간이 계속 결혼으로 이어질 것이란 환상이 실제 결혼 생활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눈물 글썽이며 아내를 위해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것도 그때뿐이다. 결혼을 한 다음에는 사랑의 세레나데 대신 이단 옆차기를 날리며 죽기 살기로 싸우고 그러다 끝내 갈라서는 부부도 많다.

통계에 따르면 소득이 높을수록 이혼율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에선 남편의 월 소득이 300만원이 넘으면 소득이 전혀 없는 남편에 비해 이혼 위험이 3분의 1로 떨어지고, 월 소득 1000만원 이상이면 이혼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도 가계소득이 높을수록 이혼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혼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IMF 때나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혼율이 높아진 것을 보면, 먹고사는 문제가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가능케 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인 셈이다.

아내들은, 사랑 없이는 살아도 돈 없이는 못 산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돈 좀 못 벌고 별 볼일 없는 인생이어도, 부부라는 이름으로 모두 아름답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돈을 좀 못 벌더라도, 사랑한다,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하면 좋겠다. 그런 말을 자주 하면 혈액 속 산화 스트레스 지수는 낮아지고 항산화 능력 지수는 높아진다고 한다. 우울증도 사라지고 심장도 안정적으로 뛴다. 장수하는 분들 공통점도 평소 이런 감정 표현을 잘 하는 것이라고 한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서처럼, 부부가 다정하게 살아가는 것만큼 아름다운 것도 없다. 모두 그렇게 아름답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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