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 첨탑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한 업체가 홈페이지에 각종 종각의 모양을 보고 교회가 선택할 수 있도록 소개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해당 홈페이지 갈무리)

“건축규정 어긴 7~8m 첨탑
교회 종탑 일반적인 규모”

안양시·기독교연합체 연합
위험 첨탑 3.5m 높이로 교체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해마다 태풍철이 되면 고층에 설치된 교회 첨탑에 대한 위험성 논란이 고개를 내민다. 올해는 신년 초부터 매서운 겨울 강풍에 교회 첨탑 하나가 맥없이 넘어지며 일찌감치 우려를 낳고 있다.

새해가 시작된 1일 오전 9시 48분께 대구 동구 동호동 한 교회의 3층 옥상에 설치된 6~7m짜리 첨탑이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넘어져 지붕을 덮쳤다. 당시 교회 안에 일부 신도가 있었지만 곧바로 대피해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2012년 기준 전국 교회 수는 약 7만 8000개로 편의점(약 2만 5000개) 수의 세 배를 넘었다. 모든 교회에 첨탑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회수가 많은 만큼 주변에서 첨탑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위험한 교회 첨탑 문제는 교회만의 문제가 아닌 시민의 안전문제가 되며 계속해서 화두가 되고 있다.

이처럼 교회 첨탑에 대한 안전성 문제는 수년 전부터 제기돼왔지만 교회와 상가 등 옥상에 건축 규정을 어긴 종탑 및 종각은 여전히 설치되고 있었다.

교회 종탑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A업체에 따르면 보통 7~8m짜리 200~300만원 선에서 종탑을 설치하는 게 일반이다. 첨탑의 수요도 일정했다. 이 업체는 “종탑의 수요는 늘 비슷하다”며 “예년에 비해 늘지 않았지만 줄어들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종탑, 4~5층 상가 옥상 설치 위험”

A업체는 일반적으로 교회에 설치하는 첨탑의 높이가 7~8m라며 권장했다. 하지만 이는 건축 규정을 어긴 높이로 교회에 설치하는 십자가 탑은 6m를 넘지 않아야 한다. 이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 부천시는 지난해 여름 교회첨탑 양성화 기간을 정하고 자체적으로 건축 규정을 위반하는 6m가 넘는 종탑을 조사했다. 시는 많은 교회 건물들이 건물신고는 했지만 교회첨탑 신고는 안 된 경우가 많아 확인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자진 신고를 요구했다. 시는 신고하지 않은 교회에 대해서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위법 건축물대장에 등재된다고 경고했다.

A업체는 교회 전용으로 지어진 건물이 아닌 상가 4층 옥상에도 교회 종탑 설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가건물에 종탑을 세우는 것은 높은 종탑보다 더 위험하다는 지적이 있다. 애초부터 종탑을 세울 의도로 지어지지 않은 건물이기에 첨탑을 지탱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안양시에서 위험한 십자가 첨탑을 선정해 교체작업을 벌인 안양시기독교협의회(회장 김윤석 좋은이웃교회 목사) 사무총장 박종호 목사는 상가 건물에 세우는 종탑이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첨탑의 높이를 문제 삼기에 앞서 더욱 위험한 것은 골조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4,5층 건물에 종탑을 설치하는 것”이라며 “이는 마치 머리에 모자를 씌우는 것과 같아 강풍이 불면 날아갈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낮은 첨탑, 교회·시민 모두에 만족”

실제로 안양시기독교연합회는 안양시에 있는 교회 첨탑을 조사해 이 같이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104개에 대해 지난 2012년 시와 함께 시작해 지난해 교체를 완료했다. 상가 건물 등에 기본 골격 없이 설치된 낡은 종탑은 교체 1순위였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교회들이 70~80만원에 달하는 철거 비용을 들여서 또 200~300만원에 달하는 십자가 첨탑을 다시 다는 일에 선뜻 나서기란 쉽지 않다.

이에 위험한 첨탑을 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목회자들을 위해 연합회는 안양시의 지원과 독지가들의 후원을 받았다. 총 2억여원이 넘는 비용을 마련해 사업을 마쳤다.

박 사무총장은 “이번에 종탑을 교체하면서 3.5m로 낮게 제작해 설치했고, 새로 설치된 낮은 십자가 탑을 보고 교회와 시민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십자가 탑을 낮게 설치하는 사업과 함께 십자가 점등 시간을 줄이는 운동도 같이 진행했다”며 “에너지 절약과 시민들의 야간 빛 공해 항의를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안양시의 사례가 좋은 본이 되고 있으며 다른 지역에서도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같은 경기도권인 수원시기독교총연합회와 수원시도 함께 2012년 33곳, 지난해 27곳의 십자가 탑을 교체했다. 서울시기독교연합회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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