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 부부 살해범 법적 처리에 관여 ‘사상 최초’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이슬람교가 국가 종교의 97%를 차지하는 파키스탄 당국이 사상 최초로 기독교인을 살해한 살해범들에 대한 법적 조치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오픈도어선교회는 최근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해 11월 4일 펀잡에서 발생한 기독교인 부부 살해사건을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파키스탄의 대테러법에 따라 사건 관련자들을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선교회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가 소수 집단의 사건에 대해 범인들을 재판하는 법적 조치를 취하려고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살해당한 기독교인 부부는 4명의 자녀를 둔 샤자드 마쉬(26)와 그의 임신한 아내 샤마 비비(24)이다. 이들은 벽돌 공장에서 노예처럼 일했으며 공장 주인에게 빚을 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샤마가 코란을 태웠다는 의심을 받은 후 소문이 퍼졌고, 사건 당일 현지 이슬람 성직자들은 이들 부부가 신성모독죄를 저질렀다고 발표하고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이들 부부는 몰려드는 군중에 피신하려 했지만 공장 주인은 오히려 부부를 벽동공장에 가두고 현지 모스크의 확성기를 이용해 신성모독죄를 언급하며 죽여야 한다고 사람들을 선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성난 군중들은 부부를 폭행하고 급기야 벽돌을 굽는 공장 가마에 산채로 넣어 불태워 죽였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부부는 이미 완전히 불에 탄 후였다.

이 사건 발생 이후 펀잡 지방 기독교인들은 파키스탄 정부를 향해 강력하게 항의했고, 파키스탄 총리는 책임자들을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 관련자는 600여명, 50명 이상은 이미 구속됐다. 구속된 이들 중 11명이 보석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선교회는 “2009년 처음 기독교인에 대한 집단 공격이 발생한 이후 정부는 관련 사건들을 다루기 위한 재판소를 설치하는 등 조치를 취하는듯 했지만 실제적으로 실현된 것은 없었다”며 “종교 극단주의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자경단 폭력 사태에 대한 단순조사만이 아닌 합법적인 재판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법은 종종 기독교인을 박해하기 위한 수단이 돼 왔고, 법 절차에 따라 형이 집행되기 전에 폭력사태로 발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현지 인권운동가들은 “개인적으로 원한이 있거나 종교적 소수 집단을 탄압할 때 엉뚱한 소문을 흘려 살인과 폭력을 자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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