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유난히 고집이 센 아이들이 있다. 왜 그럴까?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자체를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하거나 싫어한다는 식으로 확대 해석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피해의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예컨대 차분하게 말을 했더니 부모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때 ‘우리 엄마는 나를 좋아하지 않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강도를 높여서 목소리도 올리고 고집을 피웠더니 엄마가 결국 요구를 들어주었다.

그 결과 ‘내가 원하는 것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얻는 것이로구나. 그리고 우리 엄마가 나를 사랑하기는 하는구나!’라면서 성취감 및 애정욕구의 확인을 하는 셈이다. 물론 엄마가 고집 피우는 아이에게 야단을 치거나 비난하는 등 부정적인 피드백이 주어졌겠지만, 그것이 아이에게 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에 고집을 계속 피우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부모와의 사이가 좋지 않을 때 일종의 힘겨루기 상황에서 보이는 행동 양상이 고집이다. 일단 의견이 서로 맞서면 누가 이기는지 끝까지 해보자의 심리다. 대개 이 경우 부모 역시 승부욕이 강해서 쉽게 물러나지 않기에 긴장이 더욱 고조된다. 부모의 승부욕이 강하다면 대개 아이의 승부욕도 강한 편이므로 승부사들끼리 한 판 붙는 것이다. 이와 같이 고집 센 아이는 타고난 성향도 있겠지만 주변의 환경도 이런 아이를 만들 수 있다. 어떤 환경과 어떤 양육태도가 그럴까?

먼저 부모가 고집이 센 경우다. 특히 부모가 서로 고집을 부리다가 결국 고집이 센 쪽이 이기게 되면, 아이는 이를 자연스레 보고 배우게 된다. 또한 아이에게 강압적인 양육 태도를 보일 때 아이가 처음에는 부모가 무서워서 다 순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면에 쌓인 좌절, 분노, 적개심 등이 고집 부리는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 경우 부모를 속상하게 만들기 위한 일종의 복수라고도 할 수 있다. 부모보다 힘이 더 약하기에 직접적으로 대들 수는 없고 시키는 일을 끝까지 하지 않는 등의 수동적인 방법으로 부모를 공격하는 셈이다.

고집이 센 아이는 결국 부모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부모의 아이에 대한 긍정적인 양육 태도가 점차 소멸되면서 주로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게 되므로 아이 역시 부모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해 나간다. 그리고 이러한 부모와의 관계 문제는 나아가 다른 대인 관계, 즉 또래들과의 관계 및 다른 어른들과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대인관계의 원만한 맺음과 유지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게다가 선택의 문제에서도 고집의 결과물로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 자신이 떠안게 된다.

그렇다면 고집 센 아이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평소 어떤 양육태도를 가져야 할까? 역설적으로 고집을 피우기 전에 잘 수용해 주는 양육 태도가 중요하다. 즉 아이가 친절하게 그리고 언어적 표현에 의해서 타당하게 무엇인가를 요구할 때 가급적 들어준다. 그러나 분명한 규칙과 한계를 설정해서 잘못된 요구에 대해서는 절대로 들어주지 않는 태도 또한 중요하다. 결국 아이와 민주적 관계를 맺고, 아이의 의견과 주장을 잘 들어주며, 타협도 하되, 잘못된 고집 피우기에 대해서는 절대로 굴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고집 센 아이가 됐다면 어떻게 훈육해야 할까? 부모는 아이의 고집이 세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이제부터 고집을 피우지 않고 부모의 말을 잘 따르면 칭찬을 해 주고 상을 내려서 변화를 시도한다. 즉 고집 피우니까 혼나야겠다가 아니라 고집을 피우지 않으니까 칭찬받아야겠다는 식으로의 접근이다. 부모의 말투는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해야 한다. 감정적으로 화를 내거나 위협하는 것 같거나 강제성을 띠는 목소리 톤을 내지 않는다. 아이의 승부욕 혹은 투사 기질을 자극시키지 않는 것이다. 훈육 역시 무섭게 하거나 매를 드는 등의 방법이 아니라 아이가 알아듣게끔 차근차근 말로 설명하면서 잘못을 지적하고, 대안 또는 대체적 행동까지 가르쳐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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