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경남 창녕 송현동 15호분에서 출토된 1500년 전 순장당한 여성으로 추정되는 인골(人骨)을 복원한 인체복원 모형을 25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1500년 전 가야시대 ‘순장제도’란 사회적 제도에 의해 희생당한 16세 소녀의 아픔과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는 순장여성 인체복원 모형이 공개됐다.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소장 강순형)는 경남 창녕 송현동 15호분에서 출토된 1500년 전 순장 당한 여성으로 추정되는 인골(人骨) 복원에 성공했고, 이를 복원한 인체복원 모형을 25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유골이 발굴된 적은 있으나 전신의 형태가 양호한 상태의 발굴은 거의 없었던 터라 이번 복원은 최초로 과학적이고 실제와 같이 복원한 전신상의 인체 복원이라 그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2004년부터 시작해 2008년까지 창녕 송현동 고분군(사적 제81호)에서 발굴을 실시한 결과 국내 최초로 배 모양의 녹나무관과 함께 280여 점의 토기와 장신구, 농공구, 마구 등의 여러 철기와 목기가 출토돼 큰 주목을 받았다.

또한 봉분 둘레 횡구식석곽에서 순장자로 추정되는 4구의 유골이 발견됐고, 그 중 훼손이 거의 없는 전신의 한구가 발견되자,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4월 발굴회의를 거쳐 고고학자와 유전학자, 법의학자를 동원해 인골을 변질 없이 안전한 상태로 수습했다.

이후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의 주관으로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 가톨릭의과대학 가톨릭응용해부연구소, 충청문화재연구원 한국고고과학연구소 등이 참여해 지난해 7월부터 총 1억 원 정도의 사업비를 투자해 복원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를 통해 올해 10월이 돼서야 복원을 마쳤고, 키는 153.5cm에 불과하지만 거의 8등신(얼굴 19cm)에 가까운 16세 미인형의 순장여성을 탄생시켰다.

복원 모형은 뼈에 남아있는 의학적 증거들을 통해 CT촬영, 3D스캔, 디지털 복원 등을 기반으로 재구성한 영화의 최신특수기법이 동원돼 만들어졌다.

제작은 발굴된 뼈대를 디지털화 한 후에 복제뼈를 만들어 조립한 다음 인체 통계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근육과 피부를 복원하고 실리콘 전신상을 만들었다. 실리콘 전신상은 사람의 피부와 비슷한 색감과 질감으로 했고 머리카락과 눈썹도 하나씩 심어 실제 사람과 같이 만들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 1500년 전 순장여성의 인체복원 모형. ⓒ천지일보(뉴스천지)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강순형 소장은 “무릎 부분에 운동량이 많은 것과 귀에 금동귀거리를 차고 있는 것으로 보아 피지배자로 보이며 지배자와 함께 순장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즉 당시 시대에 창녕지역 정치엘리트 집단은 정권을 과시하고 유지하기 위해 주인이 죽으면 그와 함께 봉사자들을 함께 묻는 순장제도에 의해 희생됐다는 것이다.

특히, 연구에 함께 참여한 가톨릭의과대 한승호 교수는 “뼈를 통해 당시 순장여성이 전신질환이나 빈혈 증상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고 말해 피지배층으로 살아가다 순장 당한 16살 여성의 아픔을 예상케 했다.
또한 한 교수는 “여성의 나이를 16세로 유추한 것은 특히 치아를 통해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16세의 치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복원모형은 25일부터 29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일반 국민에게 공개되며, 다음달 1일부터 6일까지는 출토지인 창녕박물관으로 옮겨진다.

한편, 이번 2년간의 순장인골 복원연구 사업의 성과는 지난 6일 열린 제33회 한국고고학전국대회에서 분과발표를 통해 소개돼 국내 최초의 학제 간 융합연구로 호평을 받았다.

▲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강순형 소장(오른쪽)과 가톨릭의과대 한승호 교수(왼쪽)가 이날 순장여성 인체복원 모형에 대해 설명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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