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뒷줄 왼쪽부터 이병태(73), 장영석(61), 신구인(49), 앞줄 왼쪽부터 이유나(25), 김영수(61), 신경민(13), 이미수(49), 이영란(37)씨 ⓒ천지일보(뉴스천지)

해방직전부터 경제대국 오르기까지
태어난 시기 살아온 과정 다르지만
6.25전쟁, 격변기 희생 잊지말아야
공부·육아·청년실업률 고민 많지만
대한민국에 태어나 감사하고 행복
羊의 평화 기운 넘치는 한해 되길

[천지일보=박수란, 정인선 기자] 2015년 을미년은 지난해에 이어 청(靑)의 기운이 듬뿍 담긴 청양띠의 해다. 온화한 양에 지혜와 평화를 상징하는 푸른색이 더해져 그 의미가 크다. 이런 청양의 기운을 지닌 양띠 주인공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같은 양띠임에도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세대별 양띠들의 대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현재의 모습을 짚어봤다. 또한 이들이 소망하는 2015년 대한민국의 모습을 그려보며, 우리 사회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살펴봤다. 사전 지원 절차를 거쳐 선정된 대한민국 1943년생부터 2003년생까지 양띠 띠동갑 국민의 솔직담백한 얘기를 들어보자.

◆1943年生
“내가 8살 때 6.25전쟁이 일어나 피난을 갔었죠. 전쟁이 끝나고 나니 먹을 게 없어 밥 한그릇을 12식구가 같이 먹었죠. 미군 원조로 분말우유를 받았는데 우유를 찌면 딱딱하게 굳어요. 그걸 아껴먹다 보면 우유가 까매지는데 그래도 배고프니 먹었죠. 지금 이런 걸 먹으면 병원에 가야하지요. 옛날엔 우리가 못 먹어서 소말리아 얘들처럼 마르고 배만 나오고 그렇게 어렵게 살았죠. 지금 보면 우리나라가 정말 좋아졌단 생각이 들어요. 힘든 세월을 살아서 그때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6.25전쟁을 겪은 이병태(서울 연희동)씨는 당시 어려웠던 상황을 구구절절하게 이야기하며 우리사회의 밑거름이 된 ‘힘든 시절’을 꼭 기억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1955年生
“가족 중심 사회에서 지금은 혼자 사는 사람도 많고 핵가족화되다 보니, 인성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대가족 안에선 자연스레 배우게 되는데…. 학교에서도 인성 교육을 제대로 안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요즘 세대들은 억제력이나 분별력이 없는 것 같아요.” 장영석(서울 노량진)씨는 젊은 세대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제가 국가유공자인데, 요즘 세대들은 그런 걸 몰라요. 우리나라를 수호해서 잘 먹고 잘 살게 된 건데 얘기를 해줘도 잘 모르니 안타까울 뿐”이라며 고마움을 모르고 살아가는 세대들에 서운한 마음을 전했다.

김영수씨(서울 냉천동)는 “오빠가 월남파병을 갔는데 지금도 고엽제 때문에 고생하며 제대로 사회생활을 못하고 있다. 그 자녀까지 정상생활을 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전쟁의 아픔을 이야기했다.

60세 양띠들은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태어난 이들로, 어떤 세대보다도 사회격변기를 살아온 분들이다.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대표하는 60세 양띠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1967年生
“요즘 40대 엄마들은 내 아이들한테 초점이 맞춰져요.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집안일을 하는 것이 자기 직업이 됐는데, 살기가 편해졌잖아요.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고, 청소는 로봇청소기가 해주니, 엄마들은 차 마시면서 아이들 공부에 관심을 쏟는거죠. 그래서 한때 조기교육이다, 영재교육이다 열풍이 불었었죠.” 주부 이미수(서울 목동)씨는 부모들의 교육열이 지나치게 높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정작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다.

동갑인 그의 남편 신구인(서울 목동)씨는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온 것은 정말 고생한 우리의 윗세대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구세대가 낡고 구태의연한 것이 아니라 정말 자랑스러운 세대라는 인식을 자녀에게 가르쳐야 한다.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하며, 반복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양띠 40대 부부는 정말 행복한 시대에 태어났다고 입을 모았다. “70대 이상은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우리 세대는 정말 감사하다. 북한에 태어났으면 어땠겠는가. 대한민국에 또 이 시대에 태어난 것이 정말 행복하다.”

◆1979年生
“육아 문제에 고민이 많아요. 아이를 맡길 곳을 찾기도 어렵고, 맡긴다고 해도 아동학대, 안전문제 등 험악한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어 불안하죠. 또 아이가 커가면서 교육 문제에 더 많이 부딪힐 텐데 균형을 맞춰가며 가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어린이집 입소가 하늘에 별 따기다. 특히 국공립어린이집에 입소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 민간·가정어린이집의 약 8배나 입소대기자 비율이 높다. 하지만 이영란(인천 신현동)씨는 “아이를 맡겨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게 엄마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집 학대사건에 불량급식 등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들의 자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991年生
“취업 걱정이 가장 크죠. 남들에 뒤처지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공부도 많이 했는데…. 6시 퇴근이 보장되는 회사,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회사, 복지가 보장되는 회사, 젊은 세대가 존중받을 수 있는 회사를 꿈꾸지만 현실과 너무 거리가 멀어요. 그래서 지금 어떤 길을 선택해야 될지 답은 안 나오고 고민만 무성해지는 것 같아요.” 이유나(숙명여대) 학생도 졸업을 앞둔 여느 학생들처럼 취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최근 취업난으로 졸업을 유예하는 대학생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NG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NG족이란 ‘No Graduation’의 약자로 편법을 사용해 등록금을 안내면서 졸업만 유예하는 학생을 일컫는다.

◆2003年生
“친구들과 아무 걱정 없이 마음껏 놀아보고 싶어요. 같이 축구도 하면서…. 학원을 많이 다니니까 다같이 모여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유롭게 놀 수가 없어요. 친구들이 학원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해요.” 이제 13살, 신경민(서울 목동, 정목초6) 학생의 아주 평범한 소망에 마음이 짠해진다. 학업 스케줄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카페인 음료까지 마셔가며 공부하는 게 요즘 초등학생들의 현실이다. 최근 초등학교 5, 6학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지금 행복한가?’라는 물음에 ‘아니다.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답한 초등학생들이 많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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