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歸省)
변현상(1958~  )
얼마나 굶었는지 폭식을 한 고속도로 온종일 끙끙거리며
복통을 호소한다.

그래도 웃으며 가는 회귀(回歸)하는 연어 떼.

[시평]
‘돌아가 살핀다’는 뜻을 지닌 ‘귀성(歸省)’이라는 한자말이 재미있다. 고향으로 돌아가 선영(先塋)을 살피고, 또 부모님을 뵈어야 하기 때문에 ‘살피다’의 뜻을 지닌 ‘성(省)’이라는 글자를 쓴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듯 고향은 돌아가 살피고 돌아보아야 할, 나의 근원이 있는 곳이기에, 그래서 늘 고향은 그립다.

명절이 되면, 사람들은 고향을 찾아 길을 떠난다. 그래서 도로란 도로는 모두 막혀버리고. 일컫는 바 귀성전쟁이 시작된다. 이런 고속도로를 마치 폭식을 해서. 그것도 가고 싶고 보고 싶은 그 마음이 오랫동안 굶주려, 폭식을 해서 끙끙거리며 복통을 호소하는 내장으로 표현되고 있다. 가고 싶은 열망이나 먹고 싶은 열망이나, 이 모두는 열망이라는 면에서 서로 같은 것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사람들은 이 복통에도 왠지 모두 웃는 낯으로 끙끙거린다. 폭식을 해서 배가 아파도 절로 웃음이 나오는 괴로움. 그것은 다름 아닌 나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그 근원에의 그리움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마치 죽음까지도 마다하고, 애써 본연으로 회귀하는 그 연어 떼와도 같이.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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