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많은 사연을 담은 갑오년(甲午年) 청마는 을미년(乙未年) 청양에게 희망찬 새해를 안기고야 말았다. 광복 70주년이면서 분단 70주년이라는 기막힌 역사를 가진 민족이기에 새해는 그 어느 해보다 기대 만발하다. 광복이라 하지만 분단이라는 비애와 함께했기에 애초에 온전한 광복은 아니었다. 남과 북이 하나 될 때 비로소 광복이 올 것을 예단했을 뿐이며, 남과 북의 평화통일은 세계평화의 첩경이라는 점을 깨닫게 하는 스승이기도 하다.

암울해 보이기만 한 남과 북의 관계, 나아가 통곡과 죽음의 소리로 아비규환이 된 세계, 그 어디를 봐도 평화는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종교의 경서로나 우주만물을 창조한 창조주의 섭리로 보나, 성인들의 손과 입을 빌려 예고한 경고는 어김없이 한 시대를 청산하고 새로운 평화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었다. 즉, 송구영신(送舊迎新)이다. 사람의 생각으로는 도무지 믿지 못할 일이겠지만 만물의 운행 가운데 있어지는 신의 섭리요 반전과 기적의 역사인 것을 어찌하겠는가.

약 500여년 전 4대사화 등 가장 암울하던 시절, 백성들이 희망을 잃고 있을 때, 하늘은 한 사람을 찾아와 빛과 광복의 새 시대를 열 것을 알려 줬으니, 그 시대 상황을 들어 그때가 아닌 훗날 송구영신하게 될 것을 약속으로 남긴 것이다. 그 약속은 약 500년이 지난 오늘날 부패하고 타락한 이 시대를 끝내고, 만물을 창조한 분에게가 아닌 허무한 데 굴복당해 오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고대해 온 피조물들의 광복이요 평화의 시대를 연다는 것이었다.

이는 땅의 문화가 아닌 높은 하늘문화의 시대를 의미하고 있으니 바로 부패하고 타락한 종교의 회복이다. “종교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이 이를 두고 한 말이다. 기미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민족지도자 33인(기독교16, 천도교15, 불교2) 역시 종교지도자들이었으며, 그 날의 외침인 독립선언문 본문에는 “아아 신천지(新天地) 시대가 안전(眼前)에 전개(展開)되도다 위력(威力)의 시대가 가고 도의(道義)의 시대가 내(來)하도다… 오등(吾等)이 자(玆)에 분기(奮起)하도다 진리(眞理)가 아(我)와 병진(竝進)하도다”라고 기록됐으니, 이는 그때를 들어 종교가 권력이 되고 명예가 되고 돈이 됨으로써 부패한 종교의 한 시대가 진리로 회복되는 새 시대를 예고했던 것이다.

어찌 그뿐인가. 김구 선생도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라고 했으니, 높은 문화 즉, 하늘 문화로 있게 될 홍익적 사상을 일찍이 역설해 왔던 것이다. 약 100년 전 인도의 시인 타고르는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대에 빛나는 등불이던 코리아,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진실의 깊은 곳에서 말씀(眞理, 道)이 솟아나는 곳…”이라는 예언적 시를 남겨 줬으니, 이 또한 도통군자의 출현과 함께 진리로 하나 될 종교의 회복시대를 알린 것이다.

‘무도문장 무용야(無道文章 無用也)’라 했듯이, 외치는 자도 많고 스승도 많지만 이미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 돼 어차피 쓸모 없어졌고, 갈기갈기 찢긴 세상문화는 더 이상 하나 되게 하기엔 너무 멀리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지나간 것은 낡아지고 쇠하는 것이기에 송구영신의 새 시대를 약속해 놨음을 깊이 있게 깨달아야 한다.

중국 고사에 유비가 제갈공명을 만난 것을 ‘여어득수(如魚得水)’라 했으니, 고기가 물을 만나듯 청마가 인계한 청양은 비로소 때를 만나고 시절을 만난 것이다. 결국 온 인류가 꿈꿔 온 세계가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을미년 청양의 새해를 맞아 희망과 소망이 이루어질지라도, 그 소망은 누가 갖다 주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쟁취하는 것이라는 사실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 했기 때문이다. 2015 을미년의 청양은 마치 어린아이 같은 성격을 지녔으며, 생명과 평화를 상징하며, 무리 가운데서 통합하는 기운을 가졌다고 하니 섭리 가운데 다가온 호시절(好時節)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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