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로 295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됐다. 사진은 지난 4월 19일 여객선 침몰 사고로 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예슬·장수경 기자] 2014년은 대형 안전사고 등 각종 사건으로 유난히 시끄러웠던 한해였다. 세월호 침몰 사태부터 군 총기사건 등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잇따랐다. 이런 가운데 사회 분야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것은 단연 안전 문제였다.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대한민국의 ‘민낯’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올 한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주요 사건을 정리했다.

◆안전하지 않았던 ‘2014년’

올해 국민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말은 ‘안전’이었다. 전국 곳곳에서 예기치 못한 안전사고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상 예고된 인재여서 국가, 국민 모두 안전에 둔감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컸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는 희생자 대부분이 대학 생활을 앞둔 청년들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 사고는 2월 17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붕괴되면서 발생했다. 당시 체육관에서는 부산외국어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 사고로 부산외대 학생 9명과 이벤트업체 직원 1명이 사망하고, 123명이 다쳤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것은 세월호 침몰 사고였다. 사고 과정을 온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본 터라 상심이 더 컸다. 4월 16일 476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는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해 295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됐다.

특히 희생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이 대부분이어서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다. 세월호 탑승객 중 단원고 2학년 학생은 324명이었으며, 75명만 구조됐다.

세월호 대형참사로 국민의 슬픔이 가시지 않은 5월에도 안전사고는 계속 일어났다. 5월 2일에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잠실 방향으로 가는 열차가 신호를 감지하지 못해 앞에 멈춰 서 있는 열차와 추돌했다.

같은 달 26일 출근길에는 경기도 고양 종합버스 터미널 지하 1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8명이 사망하는 등 6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5월 28일 새벽에는 전남 장성군 한 요양병원에서 치매 노인이 불을 질러 2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10월 1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야외공연장에서는 공연 관람객이 대거 환풍구에 올라섰다가 철제 덮개가 떨어지면서 16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평소 일반인이 무심히봐 넘겨온 도심 환풍구의 안전 문제를 각인시킨 사고였다.

그 밖에도 11월 15일 담양 펜션 화재사고, 12월 10일 대구 도금공장 유독가스 사고 등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 윤 일병 등 군대 내 가혹행위로 인한 사망사건이 잇따르면서 군 폭력 문제가 심화된 지난 8월 6일 군 사망사고 피해 유족이 희생자의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윤 일병의 죽음… 잇따른 軍 폭력

올해는 군대 내 인권문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먼저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사건은 군대 내 폭력상과 병영 부조리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단순 폭행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던 윤 일병은 한 달 넘게 지속된 구타와 가혹행위 끝에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선임들은 윤 일병의 성기에 약을 발라 성적인 수치심을 줬고, 치약한 통을 먹이기도 했다. 누워있는 윤 일병에게 물을 붓고, 바닥에 뱉은 가래침을 핥아 먹는 행위까지 하게 했다. 폭행을 견디다 못한 윤 일병은 지난 4월 7일 사망했다.

군 조사 당국의 은폐시도가 드러났고, 여론에 밀려 가해자들에게 뒤늦게 살인혐의가 적용됐다.

임모 병장의 총기 난사 사건 역시 부대 내 왕따와 무시 같은 또 다른 폭력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지난 6월 고성 최전방부대 GOP에서 육군 22사단 소속 임 병장은 아군에 총기를 난사한 후 실탄을 들고 탈영했다.

이 사건으로 5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치는 참극이 빚어졌다. 임 병장은 민가에서 수색 중이던 군과 총격전을 벌였다. 임 병장은 아버지와 형 등 가족과의 대화 도중 왼쪽 쇄골뼈 근처에 총을 쏘는 자해를 저질렀고, 이후 군에 검거됐다. 사건 조사 결과 부대 내 집단 따돌림, 부당한 대우 등이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군 폭력 문제가 계속되자 정부와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꾸려졌다. 위원회는 5개월여 간의 활동 끝에 군 성실복무자 보상, 군 사법제도 개선, 국방 인권 옴부즈맨 도입 등 22개 권고안을 제시했다.

▲ 싱크홀에 빠진 승용차.(사진출처: 뉴시스)

◆ ‘싱크홀’ 공포에 휩싸인 도시

서울 잠실 부근뿐 아니라 서울 곳곳에서 싱크홀이 발견돼 국민에게 공포심을 더했다. 지난 8월 5일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부근 석촌 지하차도 밑에서 폭 2.5m, 깊이 5m의 싱크홀이 발견됐다.

싱크홀이 발견된 지 약 일주일 후인 13일, 인근에서 80m 길이의 대형 동공(洞空,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는 굴)이 발견됐다. 이는 서울시가 5일 발생한 싱크홀의 원인을 조사하던 중 찾아낸 것이다.

발견 당시 동굴의 천장은 지하차도 표면에서 약 4~5m 아래에 있었고, 천장 부분이 이미 내려앉은 상태였다. 거기다 더해 18일 인근에서 동공 4개가 추가로 발견됐다.

서울시의 조사결과 석촌지하차도 인근에서 발생한 도로함몰과 동공의 원인은 지하차도 하부를 지나는 지하철 9호선 3단계 쉴드 터널공사가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쉴드공법은 터널 굴착 방법의 하나로 원통형 쉴드(강재)를 회전시켜 흙과 바위를 부수면서 수평으로 굴을 파고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서울 교대역 부근 도로에서도 싱크홀이 발생해 승합차가 빠지기도 했다. 발견 당시 구멍의 깊이는 1.5m였다. 싱크홀의 원인은 도로 밑 토사가 떠내려가면서 발생한 것이었다.

서울시는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30년 이상된 노후 하수관 5000㎞를 매년 690㎞씩 2021년까지 특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하수 아래 연약지반에서 진행되는 굴착공사장을 전수조사하고 하루 지하수 배출량이 100톤 이상인 시설에 대한 감시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노원구, 도봉구, 여의도 등 일대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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