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5일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법 제정, 의료민영화 저지, 철도민영화 중단 촉구 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에서 세월호가족대책위 유경근(오른쪽 세번째) 대변인이 ‘수사권, 기소권 보장하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명승일·정인선 기자] 2014년 정치권은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해였다. 굵직굵직한 사건이 속속 등장하면서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그 시발점이 세월호 참사로 인한 여야의 팽팽한 ‘세월호 특별법’ 공방이었다면 그 끝은 정윤회 문건 유출로 인한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과 헌법재판소(헌재)의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판결로 마무리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끝나지 않은 세월호법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로 정국도 깊은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특별법’ 처리 문제를 두고 여야의 대치가 극에 달하면서 국정 마비 상황이 장기화됐다. 심지어 ‘식물 국회’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여야는 진상조사위의 수사권·기소권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전(前) 원내대표가 한발 물러서며 8월 7일 여야 원내대표가 1차 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이틀 뒤 새정치연합이 의원총회에서 1차 합의안에 제동을 걸며 합의안을 추인하지 않았고 합의와 파기가 반복되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지체되면서 국회도 공전을 반복했다. 결국 9월 정의화 국회의장이 나섰지만, 지루한 공방은 계속됐다. 이 여파로 여야 원내대표 협상을 맡아온 박 전 원내대표는 10월 2일 사퇴하고 우윤근 원내대표와 백재현 정책위의장이 후속 협상을 이어갔다.

10월 29일에는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회동해 ‘세월호 3법’의 10월 31일 처리에 합의했다. 이에 여야 원내지도부는 3+3 최종 협의를 열고 ‘세월호 3법’을 일괄 타결했다.

이로써 11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됐다. 하지만 아직도 처리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여야는 그동안 핵심쟁점인 ‘위로지원금’ 문제를 두고 이견차를 보이다 지난 29일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에게 배상금과 더불어 ‘위로지원금’을 성금과 국비로 지원키로 합의했다.

당초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게 배상금에 추가로 위로금을 국비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새누리당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다만 4.16 재단의 성격과 재원 문제를 두고 여야는 아직도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가운데)가 국정개입 의혹 문건 진위 여부와 세계일보 기자들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의 고소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시스)

◆정윤회 문건
정윤회씨 등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문건 의혹은 연말 정국을 강타한 블랙홀이었다. 세월호 정국의 앙금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촉발된 비선실세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동안 불거졌던 박근혜 정부의 ‘불통문제’ 가 이번 의혹으로 인해 최고조에 달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비선라인의 ‘국정농단’이라는 비난의 목소리와 함께 청와대 내 권력암투설로 확산됐다. 특히 정씨와 조응천 전 공직기강 비서관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폭로전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이번 의혹에 대해 실체가 없다고 규정하면서 수사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여기에 문건 유출자로 의심을 받던 최모 경위가 자살하면서 수사에 차질을 빚었다.

의혹이 확산되면서 박 대통령의 지지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취임 이후 최저수준까지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 의혹은 아직 진행형이다. 현재 검찰은 1월 초 수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검찰이 문건 내용은 허위라는 잠정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여야는 이번 의혹을 다루기 위한 국회 운영위원회를 1월 9일 열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재만 총무비서관만을 출석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새정치연합은 김기춘 실장을 비롯해 이 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을 출석시켜야 한다면서 맞서고 있다.

또 청와대의 인적쇄신과 함께 공직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주문을 하고 있다. 국회 운영위에서 추가적인 의혹이 나올 경우, 정국은 또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대표(맨 오른쪽)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에 따른 3차 비상 원탁회의에 참석해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사죄의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시스)

◆통진당 해산
헌재가 지난 19일 통합진보당(통진당)에 대한 해산을 선고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을 개최하는 등의 활동을 한 것은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고, 이러한 피청구인의 실질적 해악을 끼치는 구체적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당해산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해산을 결정했다.

이로써 통진당은 2011년 12월 창당 이후 3년여 만에 해체됐다. 헌재가 정당 해산을 결정한 것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이다. 헌재는 또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 5명의 의원직을 모두 박탈했다. 광역·비례대표 의원 6명도 의원직을 상실했다.

법조계는 이번 선고로 인해 진보진영이 위축되고 검찰의 공안수사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사회 내 이념갈등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헌재 선고와 관련해 새누리당은 “대한민국 부정세력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며, 자유민주주의 승리”라고 반겼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민주주의 기초인정당 자유가 훼손됐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통진당 해산은 정치권에도 후폭풍을 안겼다. 이번 해산을 계기로 야권 재편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2015년도에는 선거가 없는 해였으나, 여야는 4월 재보궐선거를 치르게 됐다. 성남 중원, 서울 관악, 광주 서을 3개 선거구에서 재보궐선거가 실시되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 대해 새누리당과 청와대 입장에서는 집권 3년 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의 중간평가라는 의미가 있다. 새정치연합은 2.8전당 대회를 통해 구성되는 지도부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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