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경남 합천 해인사 구광루 앞마당에서 제11,12대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의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사부대중 5천명 추모… 전국수좌들 대거 참석 마지막 배웅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계종 제11·12대 종정(종단 최고 어른)을 지낸 법전대종사의 영결·다비식이 27일 오전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종단장으로 엄수됐다. 이 자리엔 종정 진제스님과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롯한 사부대중 5000여명이 운집했다.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임수경 의원,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등이 참석했다.

영결식은 오전 11시 명종 5타를 시작으로 삼귀의례, 영결법요(헌다, 헌향), 행장 소개, 추도 입정·영상법문, 총무원장 영결사, 종정 예하 법어 등 순으로 진행됐다.

◆“법전스님의 삶, 눈푸른 승려 표상”

종정 진제스님은 법어를 통해 “대종사는 때묻음 없는 동진(童眞, 머리를 깎지 않은 동자)으로 출가했다”며 “일찍이 성철노사를 친견해 결사에 임한 뒤로는 일생토록 좌복을 여의지 않으신 눈푸른(수행자) 납자(승려)의 본분표상(本分表象)이셨다”고 추모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영결사에서 “승려의 모든 위상은 수행으로부터 나온다고 경책하시던 법전스님은 일제강점기 당시 불교계를 개혁하고 한국불교를 바로 세운 고불총림 운동과 봉암사 결사에 동참하신 역사의 증인”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그 경책의 말씀을 이제는 어디서 들어야 합니까. 스님을 여읜 슬픔은 수미산(세계의 중심에 있다고 하는 상상의 산)보다 크고 향수해(香水海, 수미산을 둘러싸고 있는 향수 바다)보다 깊기만 하다”고 슬퍼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독한 조사에서 “끊임없이 발심(發心)하고 의심 없이 정진하라시던 스님의 당부는 불교 수행자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마음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애도했다.

원로회의 의장 밀운스님은 추도사를 통해 “법전스님의 두타행(승려들의 수행방법)과 덕화(감화)는 동서고금의 시공을 초월해 불타의 혜명을 더욱 밝게 비추는 등불이 될 것”이라고 애도했다. 조계종 종회의장 성문스님의 조사, 종단·각계·신도대표 헌화 등이 이어졌다.

▲ 27일 경남 합천 해인사 구광루 앞마당에서 제11,12대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의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큰스님 불 들어갑니다” 마지막 배웅

영결식 뒤 법전스님의 법구(法軀, 승려의 시신)는 만장을 앞세운 채 2.4km 거리에 위치한 다비장인 해인사 연화대로 이운됐다. 장례행렬은 1시간에 걸쳐 인로왕번을 선두로 명정, 삼신불번, 오방불번, 불교기, 무상게, 향로, 위패, 영정, 법주, 법구, 문도, 장의위원, 비구, 비구니, 만장, 신도 순으로 이동했다.

스님과 불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다비식이 거행됐다. “큰스님 불 들어갑니다”라는 외침과 함께 횃불을 켜자, 사부대중은 한목소리로 “나무아미타불”을 외치며 법전스님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1925년 전남 함평 태생인 법전스님은 1941년 영광 불갑사에서 사미계를, 1948년 장성 백양사 강원에서 비구계를 각각 받았다. 1949년에는 성철스님 등이 주도한 봉암사 결사에 참여했으며, 성철스님으로부터 ‘타사시구자(拖死屍句子, 무엇이 너의 송장을 끌고 왔느냐)’라는 화두를 받았다.

1951년에는 통영 안정사 천제굴에서 성철스님을 은법사(법스승)로 모시고 ‘도림’이란 법호를 받았다. 해인사 주지, 조계종 중앙총회 의장과 총무원장, 원로회의 의장 등을 역임했다.

한편 법전스님의 49재는 오는 29일 해인사에서 초재를 시작으로 내년 1월 5일 해인사 고불암(2재), 1월 12·19·26일 대구 도림사(3·4·5재), 2월 2일 김천 수도암(6재), 2월 9일 해인사(7재)에서 각각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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