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구의 80% 이상이 종교인이라는 통계가 있다. 그래서 “종교인이 자신이 믿는 신의 뜻대로만 행한다면 지구촌에 전쟁은 사라질 것”이란 말도 나온다. 사랑과 평화를 위해 앞장서야 할 종교가 불행히도 오히려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2014년엔 특히나 종교가 원인이 된 전쟁·테러·납치·학살 등으로 지구촌이 심한 몸살을 앓았다. 반면 화합과 평화를 위한 종교인들의 노력도 이어졌다. 올해 일어난 종교분쟁과 종교화합의 행보를 살펴보고 세계평화를 위해 종교가 나아가야 할 길을 생각해본다.

▲ 8월 19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건물 사이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왼쪽) / 5월 5일(현지시각) 나이지리아 항구도시 라고스에서 납치된 여학생 구출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한 여성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가운데) / 6월 23일(현지시각)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 수니파 반군인 ‘이슬람국가(IS; Islamic State)’ 전사들이 차량에 탄 채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오른쪽)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재점화
50일 전쟁에 가자지구 2천명 사망
종교가 평화 대신 폭력정당화 구실

이슬람수니파 극단주의무장단체
보코하람·IS ‘세계적 골칫거리’
학살·납치·테러·인권유린 자행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2014년은 종교가 배경이 된 전쟁․테러․납치․학살 등이 계속 이어지면서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올여름 재현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Boko Haram)’과 ‘이슬람국가(IS; Islamic State)’의 테러 등은 전 세계인의 공분을 샀다.

세계 분쟁 중심에는 종교가 자리하는 경우가 많다. 6년째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도 그 근본원인에 종교가 자리하고 있다. 무차별 학살과 테러 등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보코하람과 IS는 이슬람 통치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은 타종교인에 대한 인권탄압은 물론이고 같은 이슬람권에 대해서도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해왔다.

◆유대교-이슬람교 갈등 ‘이-팔 분쟁’

지난 6월 이스라엘 청년 3명이 하마스에 살해돼 발견되자 이스라엘군은 7월부터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이후 8월에 휴전에 합의하기까지 50일간 전쟁이 이어졌다. 유엔은 지난여름 50일간 지속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교전으로 발생한 팔레스타인인 희생자는 2100명이며 이 중 대부분은 민간인이라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인은 군인 포함, 72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은 흩어졌던 유대인들이 1948년 팔레스타인 지역에 이스라엘 국가를 수립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60년이 넘도록 그들이 공존하지 못하는 데는 본질적으로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갈등문제가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종교가 중심인 나라지만, 60여 년 지속된 분쟁 역사에서 그들의 신이 말한 ‘평화’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양측 모두 민족과 종교가 다르다는 사실을 명분삼아 서로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려는 노력만 보이고 있다.

◆납치·학살 일삼는 테러집단 ‘보코하람’

‘평화’를 강조하는 이슬람교와 달리 폭력과 테러를 자행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이 전 세계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테러집단이 ‘보코하람’과 ‘이슬람국가(IS)’다. 나이지리아 북부에서 활동하는 보코하람은 ‘서구식 교육은 죄악이다’는 뜻을 가졌으며 나이지리아를 샤리아(이슬람 율법) 국가로 세우는 것을 목표로 테러를 벌이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북부는 이슬람교, 남부는 기독교 신앙으로 나눠져 종교갈등으로 인한 정치 불안과 빈부격차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불안 속에서 성장한 보코하람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1월까지 1년간 1만명 이상을 살해하며 납치와 학살, 방화, 폭탄 테러 등을 자행해왔다.

지난 4월에는 여자공립학교 기숙사를 급습해 200여명의 소녀들을 납치했으며 이들은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 외에도 보코하람의 납치 소식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마을 주민을 학살하고 주요 시가지에 폭탄 테러를 벌이는 일이 계속 이어졌다.

나이지리아 정부군이 이들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함에 따라 보코하람의 만행은 계속되고 있으며 해결할 길이 요원해 보인다.

◆서방 위협하는 무장단체 ‘이슬람국가’

지난 6월 이라크와 시리아 일부 지역을 점령하고 ‘칼리프(이슬람 정치․종교 지도자) 국가’를 건설하겠다고 선포한 ‘이슬람국가(IS)’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해 전 세계적으로 지하디스트를 모집하고 급속도로 세력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IS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 인질을 잔인하게 참수하는 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에 유포하는가 하면, 점령지의 타종교인에 대해 무차별 학살을 자행하고 여성들은 성노예로 팔아넘기는 등 무자비한 행위로 악명이 높다. 이들은 같은 이슬람권이라도 이라크․시리아의 정부군 포로에게도 대량학살을 행하고 있다. 9.11테러 등으로 악명이 높은 알카에다마저도 “IS는 야만적”이라며 이들의 행위를 비난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0일 IS가 조직을 탈출하려던 외국인 대원 100여명을 처형했다고 보도했다. IS의 선전에 빠져 가담한 외국인 조직원 수는 1만 5000여명에 이르며, 이들은 IS의 처음 약속과 달리 전쟁장기화로 전사자가 급증하자 조직을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악명높은 IS에 대해, 그간 평화와 화해를 외쳐온 프란치스코 교황마저도 이례적으로 IS를 공개적으로 맹비난했다. 영국 성공회의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도 IS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무력사용도 필요하다고 역설할 정도다. 현재 미국과 동맹국들이 이라크 공습을 통해 IS에 대항하고 있으며, 소수민족인 크루드족 등이 IS에 맞서 싸우고 있다.

이 외에도 올 한해 세계 곳곳에서는 종교 간 다툼과 테러 등이 끊이지 않고 있어 인류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종교인들이 나서 세계평화를 외치고 있으며, 무엇보다 종교인이 나서서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는 데 깊은 공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