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명전 뜰에서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이 활짝 웃어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문화지킴이 회원 1만 명 목표’로 동분서주하는 문화계 마당발
3백 명이던 회원, 7천 명 넘게 만들어

문화계의 마당발, 문화재 복원·보존과 관련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김종규(75)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그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일이 있다. 바로 문화유산국민신탁 회원 확보하는 일이다. 회원이 내는 기부금으로 문화재 복원 및 복구, 관리가 되어 지고 있으니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문화지킴이가 되는 것이다. 이는 곧 그가 발 벗고 나서고 있는 회원 확보가 문화재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실천으로 나타난 행동인 셈이다.

2009년 10월 문화유산국민신탁 제2대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활발한 회원 확보를 통해 우리 문화재를 지켜나가는 데 크고 작은 공을 세우고 있는 김 이사장을 중명전에서 만나봤다. 중명전은 고종황제가 일제의 강압에 못 이겨 을사늑약을 체결했던 근대사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장소다.

2009년 이사장 맡아 7천 명까지 문화지킴이 회원 늘려

김종규 이사장은 국내 유일의 출판전문 박물관인 삼성출판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관장이다. 1999년부터 10년가량 한국박물관협회 회장을 지내는 동안 우리나라 박물관 발전에 크게 힘썼다. 우리 어린 학생들에게는 박물관을 자주 찾아가도록 독려하고 여러 방면으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이런 그가 2009년 10월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직을 맡고 나서부터는 회원 확보에 여념이 없다. 일단 어떤 일을 맡았다 하면 책임감 있게 크게 활성화 시키고 끌어 나간다. 아직 국민들에겐 문화유산국민신탁이란 단체가 다소 생소할 법하다. 그래서 먼저 잠깐 문화유산국민신탁을 소개하고자 한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민간기금으로 문화유산을 보존·관리하는 법인이다. 영국에서 시작된 내셔널트러스트(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아 보전가치가 큰 자연자산이나 문화유산을 매입해 영구히 보전ㆍ관리하는 운동)를 기초해 2007년 3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시절 설립됐다.

초대 이사장이었던 유영구 전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2009년 2월 KBO 총재로 취임하면서 겸임이 어렵게 되자 사임을 했고, 그 후임으로 김종규 이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김 이사장은 설립 당시 설립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문화유산국민신탁의 산파 역할을 했으며, 후에도 고문을 맡아 신생조직이 기틀을 잘 만들어가도록 했다.

그가 이사장을 맡고 나서 300명 정도이던 회원은 5년이 흐른 지금 약 7천 명까지 늘었다. 크고 작은 행사이면 어디든 가서 가는 곳마다 누구를 만나게 되면 회원 가입을 권한다. 이는 그가 항상 문화유산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을 품고 있기 때문에 이같이 적극적인 행동으로 옮겨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더구나 다정다감하고 넉살 좋은 그의 성격 덕분에 가입권유를 받은 이들은 회원 가입을 마다할 수 없게 된다.

그는 “어떻게 보면 상대에게 부담도 주고 결례도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고자 함이 아니고 공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적극 회원 확보를 하고 있는 것”이라 말한다.

문화유산국민신탁 회원이 되면 일반인은 월 1만 원 혹은 5천 원을 기부하며, 청소년은 3천 원 혹은 1천 원을 기부한다. 현재 7천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회원들이 낸 기금으로 보전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을 보전·관리하는 일을 문화유산국민신탁에서 한다. 그는 빠른 시일에 1만 명의 누적회원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설립초기 2년간 300명밖에 되지 않던 회원을 5년간 6천여 명의 회원 숫자를 늘린 것도 대단한 성과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것으로는 아직 성이 차지 않는 모양이다. 앞서도 얘기했듯이 많은 회원 확보가 곧 많은 문화재를 지킬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문화재를 사랑하는 만큼 그가 회원 유치를 위해 이같이 크게 욕심을 내고 있는 이유다. 그러면서도 그는 “영국은 내셔널트러스트 회원이 420만 명인데 우리는 이제 걸음마 단계”라며 “10만 명 회원 정도는 있어야 조금은 만족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그는 “회원이 많을수록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애착도 높아지고 문화재를 함부로 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며 회원 확보의 이유를 재차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특히 청소년들의 회원가입에도 관심이 많다. “청소년들이 21세기 문화지킴이의 주역이 돼 전통문화를 알게 되면 선조들에 대한 공경심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애국심으로 이어지는 인성교육이 될 것입니다.”

기부금액이 많고 적고를 떠나 회원으로 많이 참여하는 것 자체가 우리 문화재를 아끼고 관심이 많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가 왜 유독 회원 확보에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는지를 더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현재 문화재청이 종잣돈을 지원하고, 일반회원들의 기부로 뒷받침되는 민관협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가급적 민간 주도로 넘어가야 한다. 미국도 40년대 정부 주도로 시작했지만 점차 민간 주도 체제로 바뀐 성공적 사례가 있다”며 향후 장기적인 계획을 제시했다.

회원 중에는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들이 꽤 포함돼 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어령 전 장관, 이인호 전 대사, 정세균 국회의원, 최광식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건무 전 문화재청장,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 배기동 전곡선사박물관장,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연극배우 박정자, 작가 조정래·시인 김초혜 부부, 소설가 김홍신, 한한국 세계평화작가·윤소천 시인 부부, 임권택 감독, 이종상 화백, 신연균 아름지기 이사장, 김영명 예올 이사장, 김옥랑 옥랑문화재단 이사장, 나선화 문화재청장, 손진책 감독 등 정·재계·문화계의 다양한 인사들이 회원으로 문화지킴이에 참여했다. 심지어는 2010년경 중명전을 방문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도 기부하면서 회원으로 참여 중에 있다.

▲ 2010년경 중명전을 방문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와 다정하게 기념촬영하고 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문화유산국민신탁에 기금을 기부하면서 회원으로 참여 중에 있다. (사진제공: 문화유산국민신타) ⓒ천지일보(뉴스천지)

◆주미대한제국공사관 환수, 도난당한 백범 김구 친필 찾아 기증

▲ 일제에 의해 강제로 헐값에 팔린 뒤 2012년 102년 만에 되찾은 대한제국 워싱턴공사관 (사진제공: 문화유산국민신탁)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처럼 회원들이 기부한 기금으로 문화유산국민신탁이 관리하고 있는 문화유산은 여러 곳이 있다. 먼저 국가소유 문화유산으로 위탁관리하고 있는 곳은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였던 ‘전남 보성여관(등록문화재 제132호)’, 울릉 역사문화체험센터로 활용되고 있는 ‘울릉 도동리 일식 가옥(등록문화재 제235호)’, 부산의 대표적인 고급 일식 가옥인 ‘부산 정란각(등록문화재 제330호)’, 그리고 중명전(사적 124호)가 있다. 그 외에 매입하여 관리하고 있는 곳이 통인동 ‘이상의 집’, 경주 ‘윤경렬 옛집’, 군포 동래정씨 동래군파 종택 및 그 일원 등이 있다.

특히 김종규 이사장이 진가를 발휘한 건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일제에 의해 소유권이 넘어갔던 미국 워싱턴 소재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을 2012년 8월 102년 만에 대한민국 품으로 완전히 돌아오게 한 일이었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고종황제가 워싱턴에 세워 1891년부터 1905년까지 운영됐고, 을사늑약이 체결되고 나서 일제가 강제로 빼앗아 1910년 헐값에 팔아 넘겼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대한제국 자주 외교의 상징인 이곳이 개인소유로 있다가 102년 만에 원래 주인에게 돌아왔다.

이같이 김종규 이사장을 중심으로 고종황제가 세웠던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을 되찾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지난해 여름 환수 1주년을 맞아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 표창을 받게 되면서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우리 문화유산을 더욱 지키는 일에 더 힘이 됐고 영광스럽게 생각하면서도 그만큼 책임이 더 커졌다”고 잠시 당시의 소회를 밝혔다.

또 최근에는 1962년 도난당했던 백범 김구 선생의 친필 ‘天君泰然(천군태연)’을 되찾아 52년 만에 원래 주인인 강릉 선교장(중요민속자료 제5호)에 기증했다. 이 글씨는 백범 선생이 광복 후 귀국해 73세 되던 1948년 4월 당시 선교장 주인이었던 이돈의(李燉儀) 선생에게 보낸 글씨다. 이돈의 선생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을 남몰래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것에 대한 김구 선생의 감사 표시였던 글씨였다.

▲ 2012년 8월 대한제국 워싱턴공사관 환수 공로로 대통령 표창장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 문화유산국민신탁)

◆“글마루, 많이 읽혀져서 문화를 아끼는 이들이 늘어나길”

아울러 김종규 이사장은 지난 9월 창간 4주년을 맞이했던 글마루에 대해서도 축하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잡지가 4년까지 간다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죠. 그런데도 글마루가 4년이나 됐다니 한편으로는 놀랍습니다. 저도 글마루 독자인데, 글마루를 관심 있게 보고 있으며, 왜곡된 문화와 역사를 바로 잡아가는 데 역점을 두고 잘해나가는 것 같다고 판단됩니다. 종교도 제자리를 찾아가는 데 있어 빛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또 그는 “이런 점 때문에 글마루는 더욱 소장가치가 있고, 글마루가 은행이나 도서관 등 많은 곳에 비치된다면 독서운동이 됨과 동시에 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이 더욱 늘어갈 것이라 봐집니다. 아무쪼록 글마루가 계속해서 비상하길 기원합니다”라고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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