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오전 수원시 매교동의 한 주민이 ‘수원 토막살인’ 피의자 박춘봉의 집 앞에서 출입문을 가리키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수원 토막살인’ 현장 가보니
피의자 박춘봉 검거됐지만 트라우마 여전

오가는 외부인 경계, 마음문도 굳게 닫아
경찰, 치안문제 힘써야… 고화질 CCTV도 필요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여기가 그 집이야. 쇠창살 달린 이 집 말 야.” 두 남성은 수원 토막 살인사건 피의자 박춘봉의 매교동 주택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집 앞을 기웃거리던 이들은 고개를 쭉 뺀 상태로 집 담벼락 너머를 훔쳐봤다.

순간 섬뜩한 느낌을 받았는지 한 남성은 몸을 ‘파르르’ 떨었다. “집 근처에서 살인사건이 나다니… 정말 끔찍하네.”

18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매교동의 바람은 유난히 차가웠다. 영하 14도의 한파 때문만은 아니었다. 알 수 없는 냉랭한 기운은 계속 감돌았다. 주민들의 시선도 날카로웠다. 모두 토막 살인사건에 예민해 있었다.

지난달 26일 박춘봉은 동거녀 김모씨를 살해했다. 이곳 매교동 주택은 김씨를 유인·살해한 곳이다. 또 시신을 훼손한 첫 번째 장소다. 이후 불과 200여m 떨어진 교동 반지하 원룸에서 시신을 2차 훼손했다.

집 근처에서 난 살인사건으로 주민들의 불안감은 컸다. 굳게 잠긴 박춘봉의 집 문처럼, 주민들도 마음의 문을 걸어 잠갔다. 누구 하나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오가는 사람들은 차가운 시선으로 기자의 동태를 살폈다. 외부인을 경계하고 있던 것.

한 주민에게 말을 걸려고 다가가자 “사건 끝난 거 아니냐, 나는 모른다. 딴 데 가서 알아봐라”라며 단번에 기자를 외면했다. 토막 살인 사건을 떠올리길 싫어하는 눈치였다. 범인은 잡혔지만, 주민들의 마음에는 커다란 상처가 남아있었다.

▲ 피의자 박춘봉 (사진출처: 연합뉴스)

오후 6시 이후엔 거리까지 텅 빈다고 했다. 김가영(43, 여)씨는 “6시가 넘으면 어두컴컴해진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다”며 “나도 이젠 누가 집 문을 두들겨도 절대 안 열어준다. 스스로 조심해야지 별수 있나”라고 말했다.

그 사이 순찰차 한 대가 박춘봉 집 앞을 천천히 지나갔다. 순찰차는 골목을 돌아 모습을 감췄다. “요즘 순찰차가 자주 다녀.” 50대의 한 아주머니가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거뿐이야. 그냥 돌다가 끝나.”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CCTV도 설치해준다고는 하는데, 신뢰가 안 가. 항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지. 누굴 믿겠어.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해.”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경찰은 내년 1월 4일까지 외국인 범죄가 빈번한 지역에 대해 특별방범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특별방범활동 대상지는 외국인 거주인구가 밀집된 지역, 외국인 출입이 잦은 상업지역 등 30곳이다. 해당지역 외국인 자율방범대 등 협력단체와 함께 외국인 밀집지역 내 취약지구에 대해 집중 순찰한다.

이에 대해 김원성(80, 남)씨는 “오원춘 살인 사건 이후 치안문제에 힘쓰고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변화된 건 모르겠다. 자꾸 사건이 발생하니 걱정만 된다”며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오랜 기간 방범활동을 벌여야 한다. 고화질 CCTV도 곳곳에 설치해 주민들의 안전을 항상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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