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포시 애기봉 전망대 등탑 논란이 지속된 가운데 지난 4일 한기총은 국방부 허가를 받아 9m 높이(기존 등탑 높이18m)의 성탄트리를 세운다고 밝혔다. 성탄트리는 경기 김포 해병대 2사단의 애기봉 등탑을 철거한 자리에 임시로 설치된다. 23일부터 내년 1월 6일까지 약 2주간 점등할 계획이며, 점등식에는 한기총 교인 2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철거 전 애기봉 등탑. (사진출처: 뉴시스)

기독당 “23일 5~7m 성탄트리 설치하고 예배 드리겠다”
한기총“불필요한 오해로 서로 다투거나 반목하는 일 없길”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가 김포시 애기봉 성탄절 트리 등탑 재설치를 전격 철회한 가운데 기독당이 오는 23일 성탄트리를 설치하고 성탄예배를 드리겠다고 밝혔다. 이미 국방부와 논의를 진행했고, 성탄예배를 그동안 드려왔기 때문에 무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기독당 애기봉십자가철탑건축위원장 김영일 목사는 “군 관계자와 협의를 마쳤다”며 “성탄트리가 보이는 개성공단은 이미 남한에 공개한 곳이기에 문제가 될 것이 없는데 정치적으로 이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성탄예배를 종교의 자유로 봐야지 정치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기독당은 23일 오후 5시경 애기봉에서 약 5~6m짜리 성탄트리를 설치하고 성탄예배를 드린다는 계획이다.

앞서 한기총은 지난 18일 김포시 애기봉 성탄절 트리 등탑을 재설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 4일 한기총이 국방부 허가를 받아 9m 높이(기존 등탑 높이 18m)의 성탄트리를 세운다고 밝힌 지 2주만이었다. 국방부에 따르면 한기총은 “북한의 위협에 불안감을 느낀 김포시민들의 반대한다”며 등탑 설치 포기 이유를 밝혔다.

한기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처음부터 순수하게 평화와 사랑을 위한 기독교의 행사로서 이해해 줄 것을 요구했다”면서 “순수한 의도와 동기에도 불구하고 ‘애기봉 크리스마스트리’가 남북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내부로는 보수와 진보의 대립을 일으킨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더이상 ‘애기봉 크리스마스트리’를 두고 어떤 누구도 서로 다투거나 반목하는 일이 없게 되기를 소망한다. 사랑과 평화의 상징 그리고 통일의 염원을 담은 애기봉 크리스마스트리가 정치적인 의도나 왜곡된 해석이 아닌 오직 ‘평화의 왕이요 화해와 용서의 예수님’의 성스러운 탄생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순수한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19일 논평을 내고 한기총의 결정을 환영했다. NCCK는 “지금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한국교회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때”라며 “국방부도 한국교회의 뜻을 존중해 애기봉 등탑 재건립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NCCK는 19일 오후 2시 김포 애기봉 입구에서 등탑 재건립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한기총의 등탑 재건립 철회 소식을 접하고 일정을 취소했다.

그러나 기독당이 성탄트리 설치와 성탄예배 계획을 밝혀 다시 마찰이 예고된다.

한편 애기봉 등탑 논란은 국방부가 지난 10월 안전상의 이유로 43년 만에 기존 애기봉 등탑을 철거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한기총에 따르면 애기봉 성탄트리 점등은 1953년 6.25전쟁 당시 한 병사가 성탄절 때에 평화를 기원하며 세운 성탄트리에서 유래했다. 공식적인 점등 기점은 1954년부터로 본다. 최근 철거된 애기봉 등탑은 1971년 애기봉 전망대에 설치된 철탑으로 철거되기 전까지 연말이 되면 점등돼 성탄트리 역할을 해왔다.

밤에 불을 밝히면 북한 개성에서도 보일 정도여서 지난 43년간 대북 심리전의 상징이기도 했다. 애기봉 등탑 점등 행사는 남북이 지난 2004년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군사분계선(MDL) 지역의 선전활동 중지 등에 합의함에 따라 중단됐으나, 지난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 다시 허용됐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2011년 말에는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예정됐던 점등행사를 취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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